‘도봉갑 이변’ 與김재섭 “용산 그림자서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4·10 총선 후폭풍]
‘수도권 위기론’ 꺼낸 대표 소신파… 친명 안귀령 꺾고 민주 텃밭 당선
“정부 향한 쓴소리, 주민 마음 움직여
당, 대통령실 기조에 갇히면 안돼”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인이 11일 도봉구 쌍문동 선거사무실에서 공보물을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 김 당선인은 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해 “잘못돼 가는 정치를 바로잡을 전환점을 마련하라는 민심의 주문”이라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인이 11일 도봉구 쌍문동 선거사무실에서 공보물을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 김 당선인은 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해 “잘못돼 가는 정치를 바로잡을 전환점을 마련하라는 민심의 주문”이라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용산 대통령실의 그림자가 당에 짙게 드리워져 있어 민심과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37)은 11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선거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정부나 여당에 쓴소리를 내야 될 때가 있다면 당연히 자청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도봉갑에서 친명(친이재명)계 민주당 안귀령 후보를 1098표 차로 꺾고 당선장을 받았다. 개표 시작부터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김 당선인은 피곤한 표정에도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여당 내부에서도 “불모지에서 당선된 김 당선인에게서 한 줄기 희망을 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당선인은 이날 “4·10총선은 정권심판론의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었던 선거였다”며 “정부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비판하거나 쓴소리했던 모습이 서울 도봉갑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해 말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하는 등 여당 내 대표적인 소신파로 분류된다. 당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려 하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한 장관이 무슨 발언을 하든 다 이해 충돌처럼 비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2020년 1월 청년 정당 ‘같이오름’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같은 해 미래통합당 입당 후 21대 총선에서 도봉갑에 출마해 공천을 받았지만 당시 현역이던 민주당 인재근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의 비대위원으로 임명돼 당시 무소속이던 홍준표 전 의원의 복당에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소신 발언을 이어 왔다.

김 당선인이 당선된 도봉갑은 15대 총선 때 선거구가 조정된 후 18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이 당선된 ‘여당의 험지’다. 서울 동북권 지역 내 유일한 여당 당선인인 김 당선인은 정권심판론에 휩쓸려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하는 걸 보면서 “등골이 서늘했다”고 전했다. 김 당선인은 “본투표 날 출구조사도 지는 걸로 나왔기에 처음에는 큰 기대를 안 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기조에서 벗어난 메시지를 내지 못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여당의 참패는 잘못돼 가는 정치를 바로잡을 반환점을 마련하라는 민심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의 정서와 수도권 민심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도층 외연 확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30대 정치인으로서 다툼만 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타협·소통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특정 지역만의 눈높이가 아닌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민심을 잘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을 밀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멜팅폿(melting pot)’처럼 섞이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공약으로는 1호 공약인 교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2028년 완공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을 활용해 KTX와 SRT를 병행해 배차도 늘리고 지역도 넓히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 김 당선인 옆에는 만삭인 아내 김예린 씨(32)가 함께했다. 김 당선인은 “도봉구에서 자란 애가 도봉구에서 터를 잡더니 또 자녀까지 낳는구나 하는 모습에 유권자들도 많이 좋아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도봉갑#김재섭#당선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