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한동훈과는 남자끼리 통하는 사이”… 韓, 金사퇴론에 선그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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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끈끈한 인연 주목
金, 조국 수사때 韓 적극 도와… 韓 인사청문회때 野의원들과 설전
韓의 비대위원 요청도 전격 수락
당내 “정치현안에 이심전심 관계”

“운동권 정치인에겐 미안하지 않지만 청년들에겐 죄송”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4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함께하는 대학생의 미래’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대학생공약노트’를 전달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운동권 세력은 제가 운동권 정치인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다”며 “그렇지만 청년 여러분께는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운동권 정치인에겐 미안하지 않지만 청년들에겐 죄송”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4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함께하는 대학생의 미래’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대학생공약노트’를 전달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운동권 세력은 제가 운동권 정치인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다”며 “그렇지만 청년 여러분께는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국회 출근길에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가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면충돌의 발단이 된 김 위원의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우며 형성된 김 위원과의 동지 의식이 관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풀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을 고위직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김 위원은 지난해 12월 비대위원 임명 직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수락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자들끼리 통화였다”며 긴말 주고받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17일 김 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결정을 직접 알렸다. 대통령실에서 사천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이 그 날 저녁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수수 논란을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비교하자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에서는 김 위원의 사퇴로 갈등을 봉합하길 원하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위원의 사퇴가 관계 회복의 선결 조건은 아니다”면서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김 위원 문제”라고 했다.

● 金 “한동훈과 남자들끼리 대화”
김 위원은 비대위 인선 발표 직후 통화에서 “한 위원장과 짧게 통화하고 수락했다. 남자들끼리 통화였다”며 “왜 이겨야 하는지와 비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눴다”고 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 ‘이심전심’인 만큼 긴말이 필요 없다는 취지다. 김 위원은 정치권 진출에 거듭 선을 그어 왔지만 한 위원장이 부탁하자 전격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8∼2019년 한 위원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을 맡아 지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위원이 외부 저격수 역할로 수사에 힘을 실어준 것. 이후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이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수사를 이끌었을 때 조 전 장관 비판에 앞장섰다. 김 위원은 2019년 9월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을 지적하며 참여연대에서 탈퇴한 뒤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로 참여하는 등 야권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후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휘말릴 때마다 적극 방어했다. 김 위원은 2020년 7월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 위원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되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 검찰청법 위배 여부를 따졌다.

김 위원은 2022년 5월 한 위원장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여당 측 증인으로 출석해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에 대해 “‘대장동 주범은 윤석열’이라는 뜬금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지껄인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에도 김 위원은 각종 이슈마다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싣는 글들을 잇달아 게시했고,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이 올린 글을 주변에 종종 공유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사람은 정치적 관점이나 문제 해결 방식에서 유대감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실 “김 사퇴가 선결 조건 아니야”
윤 대통령은 김 위원이 ‘김건희 리스크’를 거론한 것이 한 위원장과의 교감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친윤과 영남 의원을 중심으로 “당도 김 위원 사퇴로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친윤 의원은 “당장 사퇴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엉뚱한 사람이라 예측 불가능한 행동만 한다”고 날을 세웠다. 부산·경남(PK)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갈등을 봉합하려면 당에서도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김 위원이 사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태도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사천 논란은 한 위원장을 공격하기 위한 억지”라고 말했다. 또 지도부에서는 김 위원 사퇴 시 ‘한동훈=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한동훈#김경율#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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