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정치 걸러낼 공천시스템 필요…‘막말 근절’ 공약에 넣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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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증오언어 공천 페널티 추진”
與 “분열발언 기준 공관위서 정할것”… 서병수 “혐오 조장 문화부터 해체를”
野 “공천 심사때 불이익 줄 필요성”… 우상호 “당 윤리위 등 제도 마련을”

“정치권이 증오와 대립,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증오 정치 조장 정치인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확실히 심사해 제재해야 할 것이다.”(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의원)

“(극단적 언어를 사용한 후보에게 공천 심사 때 불이익을 줘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증오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핵심 의원)

올해 4월 총선을 97일 앞둔 4일 여야 지도부 핵심 관계자들은 공천 과정에서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들을 배제할 필요성에 동감했다. 여야에선 극단적 발언과 막말로 정치 양극화를 선동하는 정치인을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증오 정치 걸러낼 공천 시스템 필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동을 어떻게 처리할지 곧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기존에는 공관위가 만든 공천 심사 항목에 ‘사회적 물의’ 기준을 두고 막말이나 폄훼 발언 등을 한 정치인에게 공천 과정에서 페널티를 줬다. 이를 ‘국민 분열적 발언’ 등으로 구체화해 공천에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발언은 음주운전이나 범죄 전략과 달리 수치에 근거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공관위원들이 정성 평가를 진행했는데, 실효성을 갖기 위해 별도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심사해야 한다는 것.

2020년 총선에서 여당 공관위원장 직무대행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지난 공천 때도 국민 분열적 발언을 한 사람들을 배제하려 했으나 그들이 대개 당 실세, 중진 등이어서 공관위원들이 겁을 내는 등 하지 못했다”며 “과감하게 컷오프 하려면 국민 추천제 등을 통해 공관위를 독립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5선인 서병수 의원은 “상대방을 증오하고 혐오를 부추겨 이익을 챙기겠다는 정치 문화부터 해체해야 한다”며 “이를 공천 심사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증오 언어 전력을 공천 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말 총선 출마 예비 후보자 검증 기준에 막말 여부를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향후 공천 과정에서 증오 언어, 막말 여부를 공천 심사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4선의 우상호 의원은 “여야 모두 당 내부 윤리위원회나 공천 시스템에서 지나치고 과격한 발언을 한 이들을 거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천 신청 때 ‘증오 발언 않겠다’ 서약 받아야”


“증오 정치 언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후보들이 공약에 포함시키도록 여야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증오 발언 근절’ 공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초선)은 “공천 신청 때 ‘증오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 등 체계적인 장치를 마련해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정치인들이 정치 성향이 뚜렷한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선거 과정에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정치인을 아예 국회에서 퇴출하고 국회에서 증오 발언을 못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통화에서 “국회에서 헤이트 스피치(혐오 표현) 등을 못 하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를 고민할 시점에 왔다”며 “리더가 품격을 유지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유권자가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증오 언어를 쓰는 교양 없는 정치인은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뿐 아니라 아예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의원들의 금지 단어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관례에 따라 ‘배신자’ ‘거짓말쟁이’ ‘훌리건’ ‘쥐새끼’ 등을 ‘비의회적 언어(unparliamentary language)’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단어를 사용하면 회의 퇴장, 직무 정지 등 징계를 받는다. 데니스 스키너 당시 노동당 의원은 2016년 4월 회의에서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교활한(Dodgy) 데이브”라고 불러 퇴장당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청주=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공천#정치#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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