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이상민, 비명계 첫 민주당 탈당… “이재명 사당-개딸당 변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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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당 고쳐쓰기 불가능, 숨 막혀”
與입당-신당합류엔 “역할 찾겠다”
당내 “먹던 우물에 침뱉지 말라”
비주류 모임 “개선안 낸뒤 거취 결단”

지난달 與혁신위 만난 이상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왼쪽)이 지난달 21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방안’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의원은 3일 탈당을 선언하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뉴스1
지난달 與혁신위 만난 이상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왼쪽)이 지난달 21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방안’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의원은 3일 탈당을 선언하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됐다. 온갖 흠이 쌓이고 쌓여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민주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이 3일 “오늘자로 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민주당 현직 의원의 첫 탈당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추가 탈당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주목되는 가운데 비명계 의원들은 이날 “탈당을 전제로 행동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당내 민주주의 회복 요구를 당이 수용하는지 보고 이달 중 최종 결단할 것”이라고 했다.

● “이대로 있다간 숨이 막힐 지경”

이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더 이상 민주당에 남아 있으면 서로에게 누가 될 것 같다”며 “나도 무의미하게 목소리도 못 내고 죽치고 앉아 있는 꼴이 되고, 뭔가를 하겠다고 나서면 이 대표나 주변 사람들은 고깝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줄곧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로 인해 당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그는 “이 대표 등으로부터 (탈당 관련) 연락은 전혀 없었다”며 “개딸들은 ‘잘 나갔다’ ‘국민의힘으로나 빨리 가라’고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도 “(민주당은)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해 있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위선, 후안무치, 약속 뒤집기, 방패정당, 집단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 배제, 무능과 무기력, 맹종 등 온갖 흠이 쌓이고 쌓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너무나 부끄럽고 양심의 가책이 무겁게 짓누른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또는 제3지대 신당 합류 가능성 등 향후 행보와 관련해 “누구도 피할 이유는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그는 “지금 온전한 당이 없고, 신당도 아직 실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5선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2004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18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국민의힘 전신)으로 당을 옮겼다. 이후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와 19대 총선부터 21대까지 연임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 탈당 선언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당 사무부총장인 박상혁 의원은 페이스북에 “5선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한 번 더 하고 싶나. 먹던 우물에 침은 뱉지 마시라”라고 했다. 같은 대전 유성구를 지역구로 둔 조승래 의원도 “개인의 영달을 위한 탈당으로 정권 심판의 대열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성 지지층도 당원 게시판에 ‘속이 후련하다’, ‘경축’ 등 비난 글을 올렸다.

● ‘원칙과 상식’도 “이달 중 결단”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 도덕성과 민주주의 회복 등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방향을 공식 제안한 뒤 당의 수용 여부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할지 이달 중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들은 이 의원의 탈당 이유에 공감하면서도 탈당 대열에 합류할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답하지 않았다. 원칙과 상식 소속 윤영찬 의원은 “(이 의원의)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과 해법에서는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이원욱 의원도 “저희(원칙과 상식)가 탈당과 신당 창당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조응천 의원은 “민주당이 오뚝이처럼 다시 설 수 있다는 걸 믿는다”고 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둔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정권이 무서워하는 야당이 되려면 야당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며 ‘이재명 체제’를 직격했다. 이 대표는 이날 ‘친이낙연계’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박 전 행정관은 친명(친이재명) 강경파인 민형배 의원 지역구(광주 광산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이상민#더불어민주당#탈당#신당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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