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불출마·험지출마’ 압박…친윤-중진, 침묵 ‘힘겨루기’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6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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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 빨리 결단하라"
지도부 입장 표명 자제…"최종 안건 판단할 것"
친윤 침묵 속 원내 반발…"수도권 유권자 모욕"
'타이밍 적절치 않다'는 반박도…남은 기간 관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연일 당 핵심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당사자인 친윤·지도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한편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실 정치와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인 위원장의 권고 사항인 만큼 당장 요구에 응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인 위원장은 6일 오전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지도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누군지 다 알지 않나.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라며 “어제 저녁에도 빨리 결단하라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을 사랑하면, 나라를 사랑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 위원장이 사실상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권성동·이철규·윤한홍 의원 등 친윤 핵심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를 포함해 친윤 핵심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언론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또 다른 질문 없으신가”라고 말했고, 이 의원도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인 위원장이 혁신위 공식 안건이 아닌 ‘개인적 권고’ 형식을 취한 데 따라, 이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최고위는 인 위원장의 권고 이후 첫 회의인 이날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지도부는 혁신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최종 혁신안을 받아보고 개별 사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힐 전망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1호 안건은) 상징적인 의미여서 처음에 (바로) 의결한 것이고, 이후 안건은 건건이 (의결)하기 힘들다”며 “혁신위에서 논의돼서 정식으로 올라오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혁신위에 우리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언급이 나왔고, 혁신위 활동 방향성에 공감대를 이룬 정도로 전해졌다. 김병민 최고위원만 공개 발언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쇄신과 변화에 앞장서는 우리 당 혁신위원회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응원한다”며 “여러 혁신안들이 실제 총선을 앞둔 우리 당 변화에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원내 의원들에게는 강한 반발 기류가 읽힌다. 지역 유권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선거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한 중진 의원은 “나 대신에 집어 넣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은퇴해도 좋고 어디든 좋은데 만약에 민주당을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면 그건 해당행위”라면서 “무책임할 뿐아니라, 현실정치에 대해 너무 무지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구·경북(TK) 다선 의원은 “수도권 유권자들의 정서와 민심 그런 걸 한번 먼저 읽을 수 있어야 한다”며 “타 지역의 중진을, 연고도 없는 후보를 거기다 출마를 시킨다는 건 어떻게 보면 특정 지역 수도권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생각해보면 (제가) 무슨 특혜를 받았나. 진짜 고생했는데 강남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걸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만 불출마·험지 출마가 현실화하더라도 지금 당장 쓸 카드가 아니라는 반박도 상당하다. 총선까지 5개월 가량 시간이 있는 만큼, 당 핵심 인사들의 정치적 선언은 ‘반전이 필요한 타이밍’에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 다른 지도부 인사는 “불출마는 본인들의 결단으로 희생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 강요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 시즌이 되면 압력이 더 높아진다. 대학 갈 때 처음에는 다 서울대 간다고 하는데, 8~9월이 되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비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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