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해병대 제1사단사령부 내 김대식관에서 엄수된 고 채모 상병 영결식. 2023.7.22/뉴스1
올 여름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숨진 고(故) 채모 해병대 상병과 함께 물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A씨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기로 했다.
예비역 해병대 병장 A씨는 25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통해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오늘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만기 전역했다고 한다.
센터에 따르면 A씨는 “(채 상병) 사고 당사자로서, 사고 전말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며 “나와 전우들이 겪을 필요 없었던 피해와 세상을 떠난 채 상병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임 사단장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우린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지시를 받고 작전을 하다 사망하거나 다친 게 아니다”며 “사단장과 같은 사람들이 자기 업적을 쌓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채 상병 등과 함께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구조됐다. 그러나 함께 수색에 투입됐던 후임 채 상병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채 상병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어왔다는 A씨는 “밤마다 쉽게 잠들기 어려운 날들을 보냈다.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가던 채 상병 모습이 꿈에 자꾸 나타났다”며 “여전히 채 상병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는 “실종자 수색기간 내내 부대 분위기가 어땠는지 안다. 사단장이 화가 많이 났다고 했고 간부들은 압박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며 “물속에서 실종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란 걸 다들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 ‘이러다 사고 나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았고, 결국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A씨는 “사단장은 사고 이후로 단 한 번도 우릴 찾아오지 않았다. 우리가 겪었던 일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며 “채 상병 영결식 이후 대대장이 보직 해임됐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우릴 챙겨주던 중대장도 얼마 전 다른 분으로 교체됐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13일엔 A씨 모친이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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