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부실 LH아파트, 입주자엔 배상-예정자엔 계약해지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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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부실공사] 고위당정협 ‘철근 누락’ 진화 나서
“민간아파트도 내달말까지 전수조사… 文정부서 방치한 이권 카르텔 혁파”
與 “부패 실체 규명위해 국정조사”
野는 “검찰이 수사해야” 국조 거부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와 
관련해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정은 
이날 입주자에겐 손해배상을 하고 입주 예정자에게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와 관련해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정은 이날 입주자에겐 손해배상을 하고 입주 예정자에게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일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부실 시공 사태와 관련해 입주자에게는 손해배상을 하고, 입주 예정자들에겐 재당첨 제한이 없는 계약 해지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깨부숴야 한다”며 책임 규명과 신속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자 당정이 즉각 다각적인 조사로 건설 현장 부실을 바로잡겠다고 한 것. 정부 여당은 LH가 발주한 아파트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9월 말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부실시공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 당정, “이권 카르텔 혁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최근 무량판 부실 시공으로 인한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관련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위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입주자 대표회의와의 협의를 통해 피해에 상응하는 손해배상과 재당첨 제한 없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계약 해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파트 청약을 넣느라 이미 사용한 청약통장도 다시 살려주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계약해지권과 손해배상의 기준이나 요건이 확정되지 않아 입주민 불안과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H는 기존 입주자가 계약을 해지하려면 이번 철근 누락이 ‘중대한 하자’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구체적인 요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최근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LH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하자가 확인된 15개 단지에 대해서는 신속히 보강공사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민간 아파트도 9월 말까지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당정은 이번 사태가 문재인 정부가 LH를 비롯한 건설 이권 카르텔을 묵인하고 방치해 생겼다고 판단하고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실공사를 유발하는 설계 감리 담합, 부당한 하도급 거래 등을 직권조사하고 법 위반이 발견되는 경우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건설산업기본법 등 건설현장을 정상화하는 5개 법도 신속히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4일부터 본격 조사에 나서는 한편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 추진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긴급하게 소집됐다.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이날 LH 발주 아파트의 부실 시공 문제와 관련해 유선으로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권 카르텔로 뭉쳐 한통속이 된 상황에서는 정치나 건설이나 국민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데 대통령 발언의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 與野, ‘철근 누락’ 책임 놓고 공방

여야는 이날 LH 공공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를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였다. 휴가 중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건축 이권 카르텔이 벌인 부패 실체를 규명하고 그 배후를 철저히 가리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권 당시 주택 건설 분야 최고위직을 담당했던 김현미 변창흠 두 전직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들이 당시 무슨 일을 했는지, 왜 부실 설계·시공·감리 3불이 횡행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또 ‘전 정권 탓’”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최근 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난 LH 발주 아파트 15곳 중 13곳(87%)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사를 진행했거나 준공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사 부실 문제가 있음에도 준공 검사를 승인해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 정책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 현안 보고 자료를 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이번 사안을 문재인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여권 공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비리는 검찰에서 수사해야 한다”며 여권의 국정조사 요구도 일축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부실공사 문제는 (국정조사보다는) 검찰이 수사하고 국토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 여당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물타기 하기 위해 LH 건을 터뜨리며 국정조사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이라며 “프레임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부실 lh아파트#입주자#배상-예정자#계약해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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