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배상금 공탁, 결국 재판으로… 정부 ‘곤혹’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7일 11시 24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2023.7.4/뉴스1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2023.7.4/뉴스1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거부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공탁하기로 했지만 법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둘러싼 정부와 일부 피해자 측의 갈등은 결국 재판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7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광주지방법원과 수원지법, 전주지법, 수원지법 평택지원 등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금 공탁 신청에 대한 ‘불수리’ 결정이 내려졌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전날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 유족 2명에 대한 배상금 공탁을 수리하지 않았고, 한 차례 보정권고를 거친 전주지법도 같은 날 고(故) 박해옥 할머니 유족 2명에 대해 정부가 재신청한 공탁을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법원은 피공탁자(채권자)가 공탁자(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가 명백할 경우 ‘제3자가 변제할 수 없다’는 민법 제469조에 근거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서 ‘피공탁자’는 정부의 배상금 지급 대상인 강제동원 피해자, 그리고 ‘공탁자’는 배상금 지급 주체인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다.

즉, 피해자 측에서 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단 게 법원 측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올 3월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한 뒤 그에 따른 배상금 지급을 진행해왔다.

정부 해법은 2018년 10~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일본 피고기업들(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승소한 원고(강제동원 피해자) 총 15명(생존자는 3명)에게 재단이 민간 기업 기부금 등을 통해 마련한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후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은 정부 해법에 따라 배상금을 수령했지만, 다른 생존 피해자 2명을 포함한 4명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거나 그 의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거부한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 참여가 결여돼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정부 해법을 거부한 피해자 측에선 일본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압류·매각해 현금화하기 위한 절차를 계속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달 3일부터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은 피해자 4명을 대상으로 공탁 절차를 개시했지만 법원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같은 배상금 공탁과 관련해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쳤다”며 “공탁 공무원의 불수리 결정은 법리에 어긋나는 것”이란 등의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서둘러 배상 문제를 매듭지으려다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법원의 연이은 공탁 불수리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는 등 관련 절차에 따른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공탁 신청을 불수리했던 광주지법의 경우 정부의 이의 신청마저 수용하지 않아 이미 사안이 민사 재판부로 넘어갔다.

법조계에선 다른 법원의 공탁 불수리 관련 이의 신청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법원에서마저 공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해선 “가정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말을 아꼈으나,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공탁 이후에도 강제동원 피해자·유족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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