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관이 태극기 흔들며…南北 모가디슈 탈출기 ‘생생 실화’ 공개돼

  • 뉴스1
  • 입력 2023년 4월 6일 17시 40분


외교부가 6일 공개한 30년전 외교문서에는 영화 ‘모가디슈’로도 제작되었던 남·북한 인원들이 내전이 발생한 소말리아를 탈출한 내용이 자세히 수록됐다. (외교부 제공) 2023.4.6
외교부가 6일 공개한 30년전 외교문서에는 영화 ‘모가디슈’로도 제작되었던 남·북한 인원들이 내전이 발생한 소말리아를 탈출한 내용이 자세히 수록됐다. (외교부 제공) 2023.4.6
영화 ‘모가디슈’로도 제작됐던 지난 1991년 남·북한 외교관들의 소말리아 탈출기의 ‘실화’가 30년 만에 공개된 외교문서로 생생하게 확인됐다.

6일 외교부가 공개한 비밀 해제 문서에 따르면, 1990년 12월 소말리아 반군이 수도 모가디슈로 진격하면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이 격화되자 1991년 1월 우리 외무부는 현지 공관원 및 교민들에게 인접국으로 긴급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급박한 상황은 강신성 대사가 본부로 보낸 전문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강 대사는 “아직 무사하나 3회에 걸친 무장 강도들의 총격진입 기도를 관저 경비순경이 응사 격퇴하는 등 신변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가급적 청사와 관저를 지키면서 당지에 잔류하려고 노력 중이나 상기 상황에 비추어 부득이 항공편이 있는대로 나이로비 등 인근 국가로 피난코자 한다”라고 보고한다.

소말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의 경우 헬리콥터를 이용해 발빠르게 미국 시민권자를 대피시키는 등 대부분 외교관들은 소말리아를 빠져나간 상태였다.

강 대사를 포함해 우리 국민 7명은 1991년 1월 9일 구조기를 타러 공항으로 나갔지만 교신 오류로 인해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이때 강 대사를 비롯한 우리 공관원들은 무장강도의 침입으로 약탈 당한 뒤 피신한 김용수 당시 북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 및 가족 일행 14명을 만나게 된다. 강 대사는 이들에게 함께 대피할 것을 제안하고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한국대사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대사관에서 하루를 보낸 남북은 다음 날 비행기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총격을 받게되고, 운전을 하던 북한 측의 한상렬씨가 이탈리아 대사관은 300여m 앞두고 총에 맞는다.

강 대사는 이에 대해 “3번째 차량에 3발이 명중하고 이중 1발이 운전하던 북한 한상렬의 왼쪽 심장에 박혔다”며 “그러나 동인은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 1분간 계속 운전해 이탈리아 대사관 후면에 도착, 2번째 차량인 1호차 후미 옆구리를 치면서 정지하고 동인은 의식을 잃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인은 피격당시 치명상이었으므로 핸들을 놓았더라면 차량이 전복되면서 전 대열이 수라장에 빠져 모두 총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컸다”라며 “동인의 초인적인 사명감에 감복한 소직은 그후 매일 아침저녁으로 묘를 찾아 경배했다”라고 보고했다.

또한 이탈리아 대사관 후문에 도착한 후에도 문이 열릴 때까지 7분간 총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창일 북한 서기관이 태극기를 높이 흔들면서 해당 일행이 외교관이라는 것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사는 자리가 없어 남한 일행만 함께 케냐의 몸바사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것을 제안한 이탈리아 대사에게 “소직은 나만 믿고 나의 집에 와 있는 북한 사람을 버리고 우리만 떠날 수 도저히 없으니 모두 함께 떠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간청하였다”며 결국 남·북한 인원이 모두 탑승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기도 했다고 기술했다.

일련의 탈출 과정에서 강 대사는 북한 공관원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문서에 기록돼 있다. 강 대사는 전문에서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있는 동안 동인들의 딱한 처지를 우리가 악용한다는 인상을 줄 언행과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은 극력 회피하고 오히려 그쪽을 우대한다는 자세를 견지했다”라고 설명헀다.

또한 △이동시마다 김(용수) 대사는 반디스 1호차에 탑승시키고 △식품 등 생활 필수품을 양측이 공평히 나누어 쓰도록 했으며 △정치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삼가하고자 했다고 보고했다.

외무장관도 남북 일행의 탈출 이후 주케냐 대사에게 보낸 전문에서 강 대사의 귀국 기자회견과 관련해 “모든 사실을 그대로 공개하면 철수 북한 공관원들의 입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라거나 “아(우리)측의 소말리아 내에서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북한 측을 자극할 수도 있으므로 남북 대화 등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적절히 언급하기를 바란다”며 “북한 측이 강도를 당한 사실 및 우리 관저에서 1박한 사실 등은 언급치 않음이 좋겠다”라고 지시하는 등 관련 상황에 ‘적절한 수위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같은 내용들은 영화 ‘모가디슈’에도 거의 유사하게 묘사돼 있다. 영화 개봉 이후 강신성 당시 대사의 인터뷰 등으로 해당 일화가 크게 재조명 받은 바 있지만 영화의 실화가 외교전문을 통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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