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묻고 그 위에 농작물”…北 교화소 경험 탈북 여성들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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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7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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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끔찍한 인권 참상을 목격한 탈북 여성 4명이 미국 뉴욕에서 자신들의 고초를 생생히 증언하며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민간단체 북한자유연합은 16일(현지시간) 뉴욕시 구세군강당에서 ‘굴하지 않는 북한 여성들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제67차 유엔 여성지위원회(CSW) 부대행사를 개최했다고 17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들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나 교화소(교도소)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참상을 알렸다.

2009년부터 두 번의 탈북을 시도했던 지한나 씨(여)는 중국에서 잡혀 북송됐다. 개천 1교화소에 투옥된 지 씨는 “교화소 직원들이 매일 죽어나가는 수형자들의 시신을 웅덩이에 묻어놓고 그 위에 농작물을 심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며 “농사가 잘된다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또 “감방에서는 간수들이 자기 근무 시간 중에는 냄새 난다고 변을 못 보게 하는 말도 안 되는 고문을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 여성 이하은 씨는 2015년 한국에 사는 탈북민의 부탁으로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려다 보위부 감청에 걸려 양강도의 한 집결소에 갇혔다.

이 씨는 “감방 안에서 10시간 동안 말도 못하고 무릎에 두 손을 얹고 앉아 있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철창 밖으로 손을 내밀라고 하고 사정없이 때린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가 당한 고통은 다른 여성들보다 약소하다”며 “지현 엄마라는 30대 여성은 친구들과 한국에 가려다 감시망에 걸려 함께 체포됐는데 정말 많이도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다. 3년 전만 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 그런 줄 알았지만 자유 대한민국에 와서야 여성도 인권을 누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30대 탈북 여성 한송미 씨는 “탈북하다가 잡히면 남은 가족들이 고초를 당한다. 그래서 잡히면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나섰다”며 울먹였다.

이 자리에는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인권 이슈가 북한 문제의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그것이 이 잔혹한 독재를 끝내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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