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관계‧당 화합‧야당 협치’…‘연포탕’ 김기현 앞길 난제 수두룩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5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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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을 위해 힘껏 일해 나가자는 뜻을 함께 나눴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만찬에 참석한 김병민 최고위원은 브리핑에서 “당정 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정기적 만남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월 2회 정도 대통령과 당 대표의 정기회동을 갖기로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만찬을 계기로 ‘당정일체’가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가 새로운 진용을 갖춘 만큼 당정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탄력이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대표도 윤 정부의 3대 개혁인 노동, 연금, 교육 분야를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이날 만찬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3대 구조개혁인 노동, 연금, 교육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날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주제로 열린 민당정 협의회에도 참석했다. 당정협의회는 여당에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주도로 열리지만 이례적으로 당 대표가 직접 챙긴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윤 정부 성공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민당정 회의의 첫 과제가 노동시장의 개혁”이라며 “결코 쉽지 않은 과제지만 당과 정부는 원 팀이 돼 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예방도 받았다. 그는 “당정이 하나가 되어서 빨리 민생경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조하고 유기적으로 건강한 당정 관계가 수립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19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친윤(친윤석열)계 공부 모임 ‘국민공감’도 15일 윤 정부가 내건 3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에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초청해 강의를 청취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여의도출장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국정기조에 조건 없이 협력할 경우 집권여당이 거수기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것은 직언해야 건강한 당정 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을 빠르게 정비하는 것도 김 대표의 과제로 꼽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당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 운동 기간 중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13일 당권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과 만났다. 그는 안 의원에게 당에 새로 만들 과학기술 분야 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제안했지만 안 의원은 “2년간 선거를 5번 치러서 많이 지쳐 있어 재충전할 시간을 달라”며 고사했다.

안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당대회는 100% 당심으로 하다 보니 민심과는 조금 동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지 않냐”며 “제대로 민심을 파악하고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고 거기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들이 나와야 민심에 맞는 정부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14일 경쟁 후보였던 황교안 전 대표와 회동했지만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와 각을 세웠던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과는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지난 13일 단행한 주요 당직 인선이 윤 대통령 ‘직할 체제’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실무 작업을 총괄한다. 또한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은 각각 친윤계 박성민 배현진 의원이 맡게 됐다.

당 안팎에선 총선 공천에 당 주류인 친윤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김 대표가 강조했던 연포탕 정치가 무색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상현 의원은 16일 “당정일체, 친윤계 지도부 일색 아니냐. 당직 인선도 혼연일체를 택한 게 아니냐”며 “솔직히 연포탕으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연포탕으로 불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15일 “흔히 얘기하는 친윤 그룹으로 일반 국민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당직을 구성했다고 본다”며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과연 내년에 총선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냐 없느냐는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4일 “김 대표가 끓인다는 연포탕은 친윤계와 영남 출신 아니면 국물도 먹을 수 없는 모양이다. 윤 대통령 직할 체제를 완성했다”며 “친윤, 영남 일색의 당직 인선과 대통령과의 월 2회 정례회동을 놓고 국민의힘 안에서부터 이미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왔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수 여당으로 169석 원내 1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정치적 상황에도 놓여 있다. 대통령실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려면 여소야대의 현실을 극복해야 민생 입법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대표는 15일 민주당 당 대표실을 찾아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 회동은 지난 8일 선출된 김 대표가 취임 인사를 위해 이 대표를 예방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 대표도 해줄 것이라고 믿고, 저도 당 대표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회의 협치 운영 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겠다”며 “격주 단위로 한 번씩 만나든지 공개, 비공개 형태로 협의의 대화 채널을 계속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쟁이 아니고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경쟁이 돼야 된다”며 “범국가비상경제회의를 여야 간에 구성해서 시급한 경제 현안, 민생 현안들을 함께 논의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여야 대치 정국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김 대표도 여론전을 펼치며 이 대표에게 각을 세웠다.

그는 지난 13일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고 전형수 씨와 관련해 “부하 잘못에 대해서도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이 장수의 기본자세”라며 “그런데도 이 대표는 거꾸로 자신의 책임에 속하는 사항까지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니 장수로서 자격 자체가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 씨는 유서에서 이 대표에게 “주변 측근들이 진정성 있도록 인간성을 길러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전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민주당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50억 클럽’ 특별검사 및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추진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소수 여당인 만큼 국정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적으로 야당과의 토론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아울러 김 대표가 의석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야당의 협조를 반드시 얻어야 하는 처지인 만큼 여당이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협상에 임해야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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