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굴욕외교’ 논란…난감한 김기현, ‘민생 승부수’ 통할까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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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이 정책 주도권을 갖고 임하겠습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김기현 대표는 고위당정협의회와 관련해 “형식적인 현안 협의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밀접한 안건이 심도 있게 논의되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전날 진행된 고위당정협의회에 대해서도 “민심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면서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당과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를 드렸다”며 “민심 우선, 민생 우선이라는 원치 하에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호흡을 맞춰서 보다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2주째를 맞은 ‘김기현 대표 체제’가 난감한 상황에 빠져든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고 각종 현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일 컨벤션 효과가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어떻게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청년층, 수도권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은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저자세 외교’ 논란과 ‘주 최대 69시간’ 논란이라는 악재에 휩싸여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해 ‘제3자 변제안’ 해법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집권여당으로서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김 대표 체제가 ‘당정일체’를 내세우며 맹목적으로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좇아가는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0일 김 대표를 향해 “여당 대표라면 대통령 눈치 보기에 앞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분노하는 매서운 민심부터 읽고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일방적 굴욕외교마저 무조건 찬사를 보내면서 국민 뜻을 대신하는 야당을 향해서는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고 비난할수록 결국 윤심에만 충실한 당 대표임을 고백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22일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비정상회담’을 둘러싼 의혹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조사가 불가피하다. (국회) 유관 상임위가 참여하는 합동 청문회를 국정조사와 함께 빠른 시일 안에 실시할 것을 각 정당에 제안한다”며 “윤석열 정권이 강제동원 제3자 변제라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남기기 전에 이를 입법부인 국회가 바로잡을 법률 제정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참석자들이 “우리는 원팀”이란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한화진 환경부 장관,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기현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국민의힘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참석자들이 “우리는 원팀”이란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한화진 환경부 장관,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기현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국민의힘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아울러 정부가 발표한 근로 시간 개편 방안이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비화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뾰족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20일 “당 지도부가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충분한 협의가 진행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며 “앞으로는 이와 같은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당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1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어떤 정책이든 한번 발표되면 파급력이 매우 크고, 때로는 취지와 다르게 자칫 다른 부분이 확대돼 해석될 수 있다”며 “정책의 입안 발표 이전에 당정대(여당, 정부, 대통령실)간 충분한 논의와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당정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 등 근로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 방향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21일 근로 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주당 근로 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2일 “국민을 과로사로 내모는 노동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 잘못된 관행들도 뿌리 뽑겠다”며 “국민에게 공짜노동, 공짜야근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불합리한 임금 제도를 손보겠다. 주당 52시간제 정착을 넘어 이제 주 4.5일제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출범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20일 민생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민생 문제 해결에 드라이를 걸었다. 민생특위는 새 지도부가 출범한 후 처음으로 만든 당내 특위로 “민생을 살려내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한 김 대표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일 “단순히 한두 번의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만드는 특위로 이끌겠다. 민생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일자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민생경제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저신용,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생계 차원에서의 공공부문 자금 지원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23일 전북 전주에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23일 전북 전주에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아울러 김 대표는 23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북 전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다음날 5일 치러지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지원과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신임 지도부와 함께 최고위를 전주에서 개최하게 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 당의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라며 “호남에 대한 우리의 마음, 애정, 진심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강화되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하게 방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주의 발전, 전라북도의 발전을 위한 마음도 함께 담아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약속도 담겨 있다”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그동안 소외된 전라북도 지역, 특히 전주에 대한 애정을 앞으로 확실하게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호남을 시작으로 각 지역을 방문하는 민생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30일에는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대표의 민생 행보와 관련해 당장 여론의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입법 등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우선 당정 협의 등을 통해 각종 정책과 관련된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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