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는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48〉

  • 동아일보

내가 궁금한 것은 오래 앓던 병이 끝나고 듣게 되는 새소리는 어떤 것인지//내가 궁금한 것은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함께 쥐고 있는지//내가 궁금한 것은 갓 나온 떡을 식칼로 썰 때 날에 붙은 떡의 찰기는 어느 정도인지//그것은 인연이나 가족에 비할 만한지//소금 세 꼬집은 얼마만큼의 바다인 건지//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게 아니다 내 머리칼과 외투에서 감자탕 냄새가 나는 것//망한 가게 간판에 눈길이 가는 것//나를 꼭 안아준 이들이 썰물이 되는 것 (후략)

―고명재(1987∼)


시는 답을 내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공들여 하는 일이다.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시가 될 수 없다. 가령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함께 쥐고 있는지” 궁금해할 때, “소금 세 꼬집은 얼마만큼의 바다”일까 상상할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득하게 펼쳐지고 멀어지다 답이 아닌 더 중요한 것에 닿을 수 있다. 그러니 궁금한 것이 자꾸 늘어갈 때 시는 온다. 당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변방의 한 모퉁이 우리의 눈길이 닿지 못한 것에게까지 더듬이가 세워지는 일이 ‘시 하는 일’일 것이다.

어제는 여름 나무들 가득한 동네를 산책하다 혼자 잎 피우지 못하고 앙상하게 선 나무 앞에 섰다. 죽은 걸까, 나무는 죽어도 눕는 법이 없구나. 초록으로 무성한 거리에서 홀로 흑백으로 선 나무의 기분은 어떨까 생각하다 이 시를 떠올렸다. “망한 가게 간판에 눈길이 가는 것”, 누군가 “썰물”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자주 있다. 시를 쓰지 않아도, 저쪽을 궁금해하는 마음만으로도 시에 다가가는 일이다.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당신의 안부를 공들여 묻는 일이다.

#시#궁금증#가족#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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