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선그은 이재명… 非明은 “물러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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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안 표결 후폭풍]
민주당 ‘李 체포안 부결’ 내분 확산… 李, 거취 논란에 “다시 심기일전”
친명 “조직적 이탈… ‘해당’ 행위자”… 비명 “누적된 불만 이심전심 통해”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이런 문제보다는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이 관심 가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이런 문제보다는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이 관심 가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직후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사퇴론에 선을 그은 것.

이 대표는 이날 일부 당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번 과정을 통해 의원들 마음을 알았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대표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전날 국회 총의로 (체포동의안이) 검찰의 탄압임을 확인했다”며 “이 대표가 거취를 표명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예정대로 학교급식노동자 관련 민생 현장을 찾은 이 대표는 거취 표명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이런 문제보다는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이 관심 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이 대표와 지도부는 눈과 귀를 더 크게 열고 당내 여러 의견을 수렴해 민주당을 위한 의원들의 마음을 더 크게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며 퇴진론에 거리를 뒀다.

이 대표가 사실상 대표직 유지를 시사한 가운데 민주당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비명계가 “이번 표결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 대표의 사퇴를 본격 요구하고 나섰지만 친명(친이재명)계는 전날 쏟아진 최소 31표의 이탈표를 “당권 투쟁을 위한 조직적 이탈표”라고 규정하며 비명계에 책임을 돌렸다.

친명계인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율투표가 아닌 기획투표”라며 “당권 투쟁을 하려는 세력이 그 의도를 너무 빨리 표출한 것 같다”고 했다. 지도부 소속 친명계 의원도 통화에서 “당내 특정 모임 소속을 중심으로, 이탈(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17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은 ‘해당(害黨)’ 행위자”라고 했다.

비명계는 “누적된 갈등과 불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고 물 밑에 있는 얼음 덩어리가 더 크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KBS 라디오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텐데 당이 입는 타격은 치명적일 것”이라며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비명계 의원도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이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색출 나선 親明 “친문-반명 세규합” 非明 “침묵하던 다수 첫 행동”


민주당 내분 확산

친명 “조직적 전화 돌리며 표 모아
공천 염두, 나만 살면 된다는 심보”
비명 “미리 짰다는건 말도 안돼
색출하라는 말 나오니 끔찍”


“조직적 이탈표라고 본다. 이재명 대표 흔들기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누구인지를 놓고 보면 답이 나온다.”(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

“비명(비이재명)계가 미리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건 친명(친이재명)의 주장일 뿐, 나도 깜짝 놀랐다.”(비명계 중진 의원)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진영이 28일 정면충돌했다. 친명계가 주축인 당 지도부는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세를 규합했다”며 비명계를 겨냥했다. 비명계는 “이심전심이 통했을 뿐”이라며 “원인을 제공한 이 대표와 지도부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을 계기로 격렬한 내분으로 접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 친명 “친문·비명계가 세 규합”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인 지난달 27일 밤부터 친명계 지도부 일각에서 ‘기획 투표’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8일 MBC 라디오에서 “(표결을 앞둔) 주말에 별도 모임을 갖고 다른 의견 표시를 하자는 의사 표현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의사 표현을 할 거면 당당하게 의총을 다시 요구하거나 최소한 표결 이전에 당에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의견을 전달하는 게 맞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당 미래사무부총장인 친명계 김남국 의원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표결 하루 이틀 전부터 (비명계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리면서 표를 모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친명계 관계자는 “‘민주주의 4.0’ 등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과 (반이재명계를 포함한)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 멤버들이 중심이 돼 대거 표 이탈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세 규합이 있었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일각에선 “찬성표를 찍은 의원들을 색출해 내야 한다” 등 강경한 발언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비명계 의원들이 권력 다툼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 한 친명계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그렇게 한다고 공천 주겠나.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 그런 심보 같다”고 비판했다.

● 비명계 “색출이라니 끔찍하다”
비명계는 “미리 짰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기획 투표설’을 일축했다.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은 “‘강경한 비명계’ 17명이 가결표를 던진 거고, 내심 불편했던 사람 20명이 무효와 기권표를 낸 것”이라고 했다.

김영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반란’이란 표현은 조금 과한 것 같다”며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지 않나. 일부 의원이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측근 모임인 7인회 소속으로 재·보궐선거 이후 이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그동안 침묵해 오던 다수 의원이 처음으로 행동에 나선 것인데, 친명계에서 도리어 ‘색출하라’란 말이 나오니 끔찍하다”고 했다.

‘공천을 노린 권력 다툼’이란 친명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친명이야말로 이 대표보다는 자기 공천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라며 “정 그렇다면 친명계 핵심들이라도 ‘공천 포기’를 선언해 당내 갈등을 줄이지 그러냐”고 반박했다.

다만 당장은 비명계 차원의 조직적 행동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중진 의원은 “다들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당분간은 의원들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길’도 이날 예정돼 있던 정기 모임을 취소했다.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단합’을 강조하며 비명계 달래기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조직 투표론’을 제기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는 한편 이 대표는 ‘개딸’ 등 강성 지지층에 비명계 색출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투트랙’ 전략으로 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에서 “이번 일이 당의 혼란과 갈등의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의원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가결표 예상)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고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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