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 “이탈자·수박 색출”… 미래 고민하는 公黨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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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최소 31명의 이탈로 간신히 부결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친명 측은 어제 “조직적으로 세를 규합해 뒤통수를 친 것”이라며 비명 측의 ‘기획투표설’을 제기했다. “해당 행위” “조직적 반란” 등의 반응도 나왔다. 비명 측은 “누적된 불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을 뿐”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며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다 당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돌고 있을 정도다.

이 대표가 기소되면 당내 갈등 양상은 더 악화될 것이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적용을 놓고 또 한바탕 내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이나 백현동 개발 의혹 등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4월로 예상되는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도 이미 친명-비명 간 세 대결이 불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 모임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 ‘이탈표 범인 찾기’에 나서며 당의 분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비명계를 뜻하는 ‘수박’을 색출하겠다며 44명 의원의 얼굴과 휴대전화번호가 담긴 ‘수박 명단’까지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개딸뿐 아니라 당 일각에서도 “찬성표를 찍은 의원들을 색출해 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개딸까지 동원된 친명-비명 갈등의 핵심은 결국 당권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누가 당권을 쥐고 공천권을 행사하고 총선을 지휘할 것이냐의 싸움이다. 3월 임시국회가 열려도 이 대표의 퇴진 여부나 ‘방탄 대오’를 놓고 민주당은 더 깊은 내홍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실망스럽다. 최근 정당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이 이 대표 문제에 매몰돼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고작 “이탈표 색출” 등의 이전투구에 휩싸인 당이 앞으로 책임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당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딸 여론에 휘둘리거나 당권 투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으론 국민 마음을 얻기 어렵다. 극단적인 지지층이 아니라 상식적인 지지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재명#체포동의안 부결#이탈자·수박 색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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