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 사태’ 미국 편든 한국에 “시비곡직 가려야”

  • 뉴스1
  • 입력 2023년 2월 15일 10시 41분


코멘트
정재호 주중국대사(왼쪽)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정재호 주중국대사(왼쪽)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중국 당국이 최근 ‘정찰용 풍선(기구)’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밝힌 우리 정부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는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14일 정재호 주중국대사와 만나 “미국이 중국의 민간 무인비행선을 격추한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특히 “쑨 부부장은 한국 측이 시비곡직(是非曲直·옳고 그르고 굽고 곧음)을 분명히 가려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미일 3국 외교차관들은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차관협의회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한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특히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타국의 영토주권 침해는 국제법상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자국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우린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공식 견해를 신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또한 “일본은 (중국 ‘정찰 풍선’ 사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한다”며 앞으로도 관련 정보 수집·분석 등을 위해 소통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쑨 부부장이 정 대사를 만나 ‘정찰 풍선’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전한 사실을 공개한 건 한미일 3국 차관들의 관련 기자회견 내용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대사와 쑨 부부장의 이번 만남은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이었다.

미 정부는 지난달 28일 알래스카주(州) 상공을 통해 자국 영공에 진입한 ‘정찰 풍선’이 이달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동부 연안을 지나 대서양 상공으로 빠져나오자 공군 전투기를 보내 공대공미사일로 격추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정찰 풍선’이 아닌 ‘민간 기업의 기상관측용 장비’라며 미국 측이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중국 측의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이유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당초 이달 5~6일로 예정했던 중국 방문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미 정부는 “최근 수년간 중국의 ‘풍선’이 5개 대륙에 걸쳐 여러 나라에서 발견됐다”며 동맹·우방국들과의 공동 대응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정찰 풍선’ 사건과 관련해 “중국이 우리나라에 압박을 가해올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미국 내에서도 ‘정찰 풍선’ 건이 정치 쟁점화됐기 때문에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중 간 공방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우방국과의 만남에서 어떻게든 ‘정찰 풍선’ 문제를 제일 먼저 꺼내들 것”이라며 “우리나라로선 현재 정해놓은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의연한 대응을 당부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