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 임기중 최소 4회, 집값 통계-조사원 입력값 큰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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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동산원이 집계한 집값, 조사원 입력 수치와 달라”
감사원, 통계담당 직원 등 조사
“민간통계와 지나치게 차이 나 의심”
부동산원 “호가 등 종합 판단해 작성”

문재인 정부 때 ‘집값 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당시 한국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이를 종합·집계한 수치 간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컸음을 확인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감사원에 따르면 부동산원 통계 담당 직원 PC의 디지털포렌식(전자감식) 및 당시 부동산원·국토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종합·집계한 수치 차이가 크다는 점을 파악했다.

수치 차이가 커서 의심스럽다고 감사원이 지목한 대표적인 시점은 2018년 9월이다. 실제 그해 9월 10일의 경우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민간기관인 KB부동산 통계가 1.20%였던 반면 부동산원의 상승률은 0.45%로 0.75%포인트가 낮았다. 문재인 정부 전반적으로는 두 기관 간 격차가 0.10%포인트 미만인 경우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감사원은 2018년 9월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최소 4차례 부동산원 집계와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수치 차이가 크게 났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공식통계기관인 부동산원은 조사원들이 탐문 방식으로 현장을 돌며 가격을 입력하면 일정한 보정을 거쳐 이를 종합·집계한다. 부동산원은 아파트값을 종합·집계한 수치는 실제 거래된 가격 외에도 매물의 호가, 시장 분위기 등을 조사자가 종합해서 판단하는 통계이기에 입력한 수치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사원은 이런 수치 차이가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고, 국토교통부가 이와 관련해 부동산원에 지시한 정황도 확인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통계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부동산원이) 조작을 하지 않는 한 아무리 오차 범위를 인정해도 부동산원 집계가 민간 통계와 그 정도 차이가 날 순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피감기관으로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밝혔다.

통계조작 의혹 감사

부동산대책 발표직후가 3차례
감사원, 상부 지시여부 조사 가능성
부동산원 “통계 방식상 다를수 있어”

집값 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한국부동산원 통계 중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가격지수는 주택 표본이 정해지면 실거래 가격과 시장에서 실제 거래 가능한 가격 등을 종합해 이 표본들의 시세를 집계한 뒤 시계열 보정 등 통계기법을 더해 산출된다. 이 지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가 바로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다.

특히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2017년 5월∼2022년 5월) 동안 부동산원과 민간기관인 KB부동산의 주간 서울지역 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변동률 차이가 두드러진 지점을 중심으로 부동산원 통계 담당 직원 PC를 디지털 포렌식(전자감식)하는 방식 등으로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이를 종합·집계한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다르게 나온 대표적인 지점으로 4개 구간을 우선적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8·27대책 발표 직후 △2018년 9·13대책 발표 직후 △2020년 6·17대책 발표 직후 △2020년 7월 중순 등이다. 이 구간들은 부동산원이 집계한 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KB부동산의 같은 지수보다 0.4%포인트 안팎 낮았던 시점이기도 하다.

2018년 8월 20일의 경우 부동산원 집계는 KB부동산보다 0.35%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그해 8·27대책 발표 이후인 9월 3일에는 0.4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같은 해 9·13대책 발표 직후인 9월 17일에도 격차는 0.43%포인트로 높은 편이었다. 이 당시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은 집값을 잡기 위해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고 다주택자 등에 대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값은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런 대책에 상관없이 꾸준히 증가했다.

감사원은 이 구간들 외에도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원 소속 조사원들이 입력한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이를 종합·집계한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다른 적이 또 있는지 조사 중이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 당시 청와대가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지시했는지 등으로 조사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실무자들은 정부 통계인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실거래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KB 통계와 차이 나는 것은 통계 특성상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통계는 주택 시장 흐름을 표현하는 통계로, 실거래가 외에도 매물 호가, 시장 분위기 등을 종합해 ‘거래 가능한 가격’을 판단하는 통계라는 것. 이 통계는 조사원들이 매매가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부동산원 각 지점 조사자와 총괄 담당자, 본부 담당자 등이 3차에 걸쳐 함수분석을 하는 등의 ‘데이터 에디팅’을 거쳐 나온다. 반면 KB 통계는 현장 중개사들이 매매가를 입력하면 이를 서로 교차 확인하고 KB 내 전문직원들이 검증해 집계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문재인 정부#집값 통계 조작#한국부동산원 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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