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IRBM 만들었나… 기존 ‘화성-12형’과 비슷하면서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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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11일 12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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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실시했다고 10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실시했다고 10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대해 ‘신형 무기’라고 주장함에 따라 그 세부 제원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이번 IRBM 발사 현장 사진을 보면 해당 미사일은 북한이 2017년 처음 시험 발사한 ‘화성-12형’과 유사하지만 일부 개량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자에서 “4일 적들에게 보다 강력하고 명백한 경고를 보낼 데 대한 결정을 채택하고 ‘신형 지상 대(對) 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일본 열도를 가로질러 4500㎞ 계선 태평양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타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달 4일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이 미사일이 동쪽으로 4500여㎞를 날아가면서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탐지·분석했다.

북한이 이번 노동신문 보도에서 이 미사일을 ‘신형’이라고 칭했지만, 일단 외형과 비행성능 등을 봤을 땐 ‘화성-12형’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화성-12형’은 길이 17.4m, 지름 1.65m 크기에 액체연료 추진체(1단)를 이용하는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이 4일 미사일 발사 때 6축12륜의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을 사용한 것도 기존 화성-12형과의 공통점이다.

다만 그간 북한이 시험 발사한 화성-12형은 추진체가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로 구성돼 있었으나,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사진 속 추진체 형상은 분사구 노즐을 움직일 수 있는 ‘짐벌형 주엔진’ 1기만으로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탄도미사일 추진체에 ‘짐벌형 엔진’을 탑재하면 보조엔진 없이 주엔진만으로 비행 제어가 가능할 뿐더러 그만큼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미사일의 무게가 줄어들면 그만큼 비행거리도 길어진다.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역대 최장’인 4500여㎞에 이른 것도 이 같은 설계 변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이와 관련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이른바 ‘신형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해당 미사일에 대해 ICBM까지 포함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long range ballistic missile)이란 표현을 썼다.

대북 관측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올 8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액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이번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이때 시험한 새 로켓엔진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4일 쏴 올린 탄도미사일의 탄두부 형상도 기존 화성-12형과는 차이가 있다. 사진 속 미사일의 탄두부는 화성-12형보다 짧고 뭉툭해졌다. 이를 두고도 북한이 IRBM·ICBM 등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설계를 적용했을 수 있단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새로 개발한 미사일을 시험할 땐 안전문제 등을 고려, 고정형 지상발사대에서 고각발사(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를 우선 실시한 뒤 TEL 차량을 이용하는 등의 순서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처음부터 TEL 차량을 이용해 정상 각도(30~45도) 발사했다.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한 북한의 ‘기술적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다른 일각에선 “북한이 한미 당국 등을 교란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현장 사진을 조작하거나 보도한 것과 다른 방식의 미사일 시험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 3월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지만, 군 당국은 이에 대해 기존 ‘화성-15형’ 발사 현장을 촬영한 모습과 짜깁기한 것으로 분석한 적이 있다.

북한은 2017년 이후 올 1월까지 최소 7차례에 걸쳐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화성-12형의 최초 3차례 시험발사는 실패했으나, 4차 발사 다음 날인 2017년 5월15일 관영매체를 통해 “새로 개발한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화성-12형의 5차 발사(2017년 8월28일)를 앞둔 2017년 8월9일엔 “미국에 대한 엄중경고” 차원에서 “4발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 포위 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2017년 9월15일 화성-12형의 6번째 시험발사를 했고, 7차 시험발사는 자강도 무평이 일대에서 올 1월30일 실시했다. 북한은 7차 발사 땐 ‘검수사격’이란 표현을 쓰며 사실상 화성-12형의 완성을 선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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