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원권 정지’ 총선 앞두고 풀려…“2030 표 고려한 정치적 셈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7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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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9.28/뉴스1 ⓒ News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9.28/뉴스1 ⓒ News1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총 당원권 1년 6개월 정지를 내린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2024년 4월 총선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가 징계를 통해 이 전 대표의 당 대표직 복귀는 완전히 차단됐지만,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가 정치 행보를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는 것. 두 차례의 징계에 따라 2024년 1월 당원권을 회복하는 이 전 대표는 침묵 속에 향후 행보를 고심하고 있다.

● 李 공천 여부는 차기 당 대표의 손에
국민의힘이 7일 당에 대한 비방 등을 이유로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1년 정지를 추가하면서 이 전 대표는 7월 성접대 관련 의혹에 따른 당원권 6개월 정지에 더해 2024년 1월 7일에야 당적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당초 가처분 기각 이후 이 전 대표에 대해 제명이나 탈당 권유 등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윤리위는 당원권 정지 1년 추가를 택했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정국 향배가 걸린 2024년 총선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병민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여당 간판으로 총선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왜 없겠느냐.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전주혜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2024년 출마에 대한 기회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했다. 차기 총선에서 원내 제1당 탈환을 노리는 국민의힘으로서는 2030세대와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이 전 대표의 총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당헌당규상 총선 공천 신청일 기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만 공천을 받을 수 있는데, 당원권 정지가 되면 당비 납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징계는 당 최고위가 언제든 풀어줄 수 있는 것이고 정 안되면 전략공천을 할 수도 있다”며 “이 전 대표의 출마 여부는 결국 총선 무렵의 정치적 상황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을 결정짓는 건 차기 당 지도부의 판단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7년 3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당원권 정지 상태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의 징계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무효화한 바 있다.

또 윤리위가 당의 다른 전현직 의원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채용비리로 유죄가 확정된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염동열 전 의원에 각 6개월과 3개월 정지, ‘수해 실언’ 논란을 일으킨 김성원 의원에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내린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에게 당 비방을 이유로 제명 또는 탈당 권유의 중징계를 내리기엔 윤리위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 李, 지지자 플랫폼 구성에 속도
법원과 윤리위로부터 2연타를 맞은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책 출간과 지지자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구성에 속도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전 대표 측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신당 창당론에는 부정적인 기류다.

여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도 관심이다. 징계 국면에서 당원 가입 운동을 독려한 이 전 대표가 확보한 우호 당원이 적지 않은 상황.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특정인의 낙선을 이끌어낼 만한 영향력은 갖춘 상태”라는 분위기다.

당권주자 간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10년 동안 창당-합당-탈당을 8번 반복하셨던데 너무 과도한 변신을 한 것이 아닌가”라며 경쟁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견제하고 나섰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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