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롤러코스터 같은 두 사람 인연
2015년 대구서 野대표-검사 첫 만남… 尹, 朴정부때 댓글조작 수사로 좌천
文정부 들어 중앙지검장→檢총장에… ‘조국 사태’ 거치며 관계 멀어져
“두 사람은 한국 정치사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인연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을 하루 앞둔 15일 “현 정부 임기 내내 두 사람의 관계는 롤러코스터 같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관계는 현 정부 임기 동안 극과 극을 달렸다. 이번 정부 내내 이어진 두 사람의 복잡한 인연을 감안하면 이번 만남은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대면 업무 인수인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초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좌천을 거듭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기 때문.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으로 거슬러 간다. 그해 10월 23일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 이가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돼 대구고검에서 일하고 있던 때였다.
이후 대선에서 승리한 문 대통령은 당선 열흘 만인 2017년 5월 19일 대전고검 검사로 재직하던 윤 당선인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데 이어 2019년 7월에는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같은 달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은 당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윤 당선인을 “우리 윤 총장”이라고 호칭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른바 ‘조국 사태’의 당사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당시 임명장 수여식과 이어진 환담에 배석했다. 이날 수여식은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그러나 ‘조국 사태’가 불거지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기류도 달라졌다. 윤 당선인은 조 전 장관을 시작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집권 여당 출신 법무부 장관과 대립을 이어갔다.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을 향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은 약 3개월 뒤인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는 윤 당선인에 대한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윤 당선인 역시 조국 사태 당시 “문 대통령이 운동권 카르텔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이번 대선 때 공개된 녹취록에서 “문 대통령의 충신(忠臣)”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윤 당선인은 이제 ‘신하’가 아닌 차기 대통령 신분으로 국가 권력을 인수인계받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게 됐다.
청와대는 두 사람의 회동이 “통합과 협치라는 기조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씁쓸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여권 인사는 “현직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줬던 인사가 곧바로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되어 돌아온 전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선거 운동 기간 민주당에 대해 맹렬히 공격하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자제했던 만큼 16일 회동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참모는 “(검찰총장 임명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느냐”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정 공백이 없도록 인수인계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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