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배석자 없이 회동… 文대통령, 檢총장 임명 32개월만에 권력 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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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롤러코스터 같은 두 사람 인연
2015년 대구서 野대표-검사 첫 만남… 尹, 朴정부때 댓글조작 수사로 좌천
文정부 들어 중앙지검장→檢총장에… ‘조국 사태’ 거치며 관계 멀어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축하 난을 전달받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축하 난을 전달받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두 사람은 한국 정치사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인연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을 하루 앞둔 15일 “현 정부 임기 내내 두 사람의 관계는 롤러코스터 같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관계는 현 정부 임기 동안 극과 극을 달렸다. 이번 정부 내내 이어진 두 사람의 복잡한 인연을 감안하면 이번 만남은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대면 업무 인수인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초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좌천을 거듭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기 때문.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으로 거슬러 간다. 그해 10월 23일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 이가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돼 대구고검에서 일하고 있던 때였다.

이후 대선에서 승리한 문 대통령은 당선 열흘 만인 2017년 5월 19일 대전고검 검사로 재직하던 윤 당선인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데 이어 2019년 7월에는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같은 달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은 당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윤 당선인을 “우리 윤 총장”이라고 호칭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른바 ‘조국 사태’의 당사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당시 임명장 수여식과 이어진 환담에 배석했다. 이날 수여식은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2019년 7월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행사 후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2019.7.25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7월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행사 후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2019.7.25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조국 사태’가 불거지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기류도 달라졌다. 윤 당선인은 조 전 장관을 시작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집권 여당 출신 법무부 장관과 대립을 이어갔다.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을 향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은 약 3개월 뒤인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는 윤 당선인에 대한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윤 당선인 역시 조국 사태 당시 “문 대통령이 운동권 카르텔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이번 대선 때 공개된 녹취록에서 “문 대통령의 충신(忠臣)”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윤 당선인은 이제 ‘신하’가 아닌 차기 대통령 신분으로 국가 권력을 인수인계받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게 됐다.

청와대는 두 사람의 회동이 “통합과 협치라는 기조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씁쓸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여권 인사는 “현직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줬던 인사가 곧바로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되어 돌아온 전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선거 운동 기간 민주당에 대해 맹렬히 공격하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자제했던 만큼 16일 회동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참모는 “(검찰총장 임명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느냐”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정 공백이 없도록 인수인계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文-尹회동#복잡합 인연#권력 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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