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김건희의 ‘모호한’ 사과…공통점과 차이점은?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2일 0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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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1, 2위를 달리는 거대 양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갑질 논란에 공개 사과를 결정하면서다.

두 사람의 사과는 비슷한 듯 다르다.
◆공통점 ①늦장 사과 ②모호한 사실 확인
가장 비슷한 건 늦은 타이밍이다. 김혜경씨와 김건희씨는 모두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 12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를 했다.

두 사람의 사과가 늦어진 건 ‘사실 확인’ 때문이다. 배우자가 사인(私人)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다는 게 선거대책본부 측의 설명이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배우자 본인의 결단이 늦었던 게 핵심적이다.

김혜경씨와 김건희씨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후에야 공식 사과를 결정했다.

두 사람 모두 사과 내용은 모호했다.

김혜경씨는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누구에게, 어떤 것을 잘못했는지는 거론하지 않았다. ‘무엇을 사과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감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자신의 의혹을 인정할 경우 죗값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답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씨의 사과문에는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용서해달라”는 문장이 담겼다. 그러나 당면한 다양한 의혹 중 어느 부분을 사과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었다. 김씨의 의혹은 사과 후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다.
◆차이점 ①후보자 언급 ②질의응답
김혜경씨의 사과문은 12문장, 김건희씨의 사과문은 32문장으로 구성됐다.

두 사람의 사과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남편인 후보자에 대한 언급이다.

김혜경씨는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했다” “대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많은 분을 만났다”며 자신의 공적인 지위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후보자를 거론했다.

김건희씨는 윤 후보의 만남과 연애 등의 에피소드로 사과문의 절반을 채웠다. 그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부끄럽다”며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을 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고 했다.

기자들의 질의에 대한 대응도 달랐다.

김혜경씨는 2분여간 사과문을 읽은 뒤 기자 4명의 질문을 받았다. 사과문을 읽고 질의응답까지 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총 7분이었다.

김건희씨는 6분 동안 사과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국민의힘 측은 “정치와 먼 곳에서 일했던 분”이라며 “진심과 다른 말이 나오는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선거 ‘D-날짜’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이들이 고개를 숙인 ‘시점’이다.

김건희씨의 사과날은 작년 12월26일로 대선(3월9일)까지 73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반면 김혜경씨가 대중에 나선 건 2월10일, 대선까지 27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의혹의 규모, 피해 정도와 관계 없이 선거가 가까운 상황에서 판세는 김혜경씨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다만 김건희씨 역시 또 다른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어 국민의힘 역시 공세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부터는 공식선거운동이 개시된다. 민주당은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거래 내역을, 국민의힘은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을 놓고 공세를 계속하는 상황. 이대로는 1, 2위 후보의 배우자가 유세차에 오르지 못하는 초유의 선거 운동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무진은 “선거판에서 배우자가 하는 건 막판 ‘이미지 쌓기’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경우 배우자 전면에 나설 경우 후보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며 “두 후보 모두 정책과 자신의 메시지에 집중하는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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