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사과 요구”에 이재명 측은 ‘입장 자제’…“문재인vs윤석열 구도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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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하기에 앞서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0.26.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하기에 앞서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0.26.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해 사과를 촉구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난감한 표정이다. 문 대통령의 등장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정권교체 여론에 더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10일 윤 후보를 겨냥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의 ‘현 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많은 대선 과정을 지켜봤지만, 후보가 정치보복을 사실상 공언하는 건 본 일이 없다”며 “우리가 통합을 통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보복 또는 증오, 갈등·분열이 우리 사회를 정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후보 측은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문재인 대 윤석열’의 구도가 형성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윤 후보와 청와대가 충돌하면 윤 후보의 존재감만 더욱 부각되고, 이 후보가 보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맞서 ‘유능 대 무능’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 프레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이재명계’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사과하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선거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진보 부동층’의 흡수가 절실한 이 후보 측은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일단 여권의 내분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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