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0시 석방됐다. 정치권은 대선을 68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결정된 이번 사면·석방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여야는 사면으로 인한 지지층 분열을 우려하는 동시에 여권은 외연확대, 야권은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장 정치활동에 나서긴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정치적 파급력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0시 석방됐다. 이로써 약 4년 9개월 동안 이어진 수감생활은 마감된다.
여야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여권은 사면이 청와대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청와대의 결정임을 연일 밝히고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당 대표는 사면 결정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면에 대한 지지층, ‘촛불민심’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때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한 이후 지지율 하락을 겪은 바 있다. 사면이 청와대의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재명 후보의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외연확대 기대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지역은 TK(대구·경북)다. 이곳은 민주당의 절대 열세지역이자, 이재명 후보의 고향(경북 안동)으로, 사면 결정으로 열세지역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TK지역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따른 긍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의 악연으로 지지층 분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 정지를 불허할 당시 검찰총장도 윤 후보다.
윤 후보 입장에서 정치적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적폐 수사를 지휘했던 과거가 부각될 경우 강성 보수층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후보는 사면 결정 이후 연일 박 전 대통령 끌어안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면이 발표된 당일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친근하게 불렀고, 29일부터 31일까지 TK지역을 순회하며 박 전 대통령으로 흔들릴 수 있는 지역 표심잡기에 나섰다. 30일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건강이 회복되면 한번 찾아뵙고 싶다”며 만남도 희망했다.
야권 일부에서는 윤 후보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당원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대선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대안이 있다고 본다”며 “윤석열보다 나쁜 대안은 아니다”고 후보 교체론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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