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값 3분의 1로 피부재생 약침 시술… 한의원 미용진료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7일 04시 30분


‘원외 탕전실’서 제조한 약제 이용
“피부과 주사와 동일한 성분” 홍보
의협 등 “성분 미공개, 위험할수도”… 한의계 “현행법상 문제없어” 반발
복지부는 “약침 관리 강화 검토”

경기 안양시에 사는 직장인 이지은 씨(35)는 1년에 두 번씩 동네 피부과 의원에서 유명 피부 재생 주사를 맞고 있다. 이 씨는 얼마 전 회사 근처 한의원에서 이 피부 재생 주사와 같은 성분의 약침을 놓는다는 광고를 접했다. 이 씨는 “성분과 효과가 비슷하다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한의원으로 옮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의사들의 미용 의료 진출이 늘면서 이처럼 한방 약침을 이용한 미용 시술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한의사 500여 명이 미용 진료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약침은 일반 의료기기보다 성분과 제조 과정 관리가 엄격하지 않아 환자의 안전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 한의원에 연어 약침 ‘O쥬란’ 등장

2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미용 진료를 하는 일부 한의원에서는 ‘원외 탕전실’에서 제조한 연어 추출 성분의 약제를 이용해 약침 시술을 하고 있다. 원외 탕전실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외부에서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한약이나 약침을 전문적으로 조제하는 시설이다.

한의원들은 이 약침이 주름, 탄력 등에 기능성을 인정받은 유명 피부 재생 주사 ‘리쥬란’과 동일하게 연어에서 유래한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 성분으로 만들었다며 ‘O쥬란’ 등으로 홍보하고 있다. 가격은 차이가 크다. 얼굴 전체를 맞을 경우 피부 재생 주사는 회당 30만∼40만 원대인 반면에 한의원 연어 약침은 10만 원 미만이다. 피부 재생 주사가 성분 추출과 임상시험 등 제조 공정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미용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연어 약침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부 재생 주사는 피부 조직 등을 대체하기 위한 의료기기로 기술문서 심사, 임상시험 등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을 받는다. 그러나 한의원이 원외 탕전실 등에서 생산하는 약침은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고, 성분 또한 공개되지 않는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한의계는 의약분업 예외 직군이라 처방에 대한 성분명 공개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 “안전성 검증 안 돼” vs “인체 유해 우려 없어”

실제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20대 여성 A 씨는 한 미용 한의원에서 연어 추출 성분의 미용 약침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약침을 맞은 직후 통증과 부종이 발생해 인근 피부과에서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주사를 처방받았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동일 성분이라고 주장하지만 한의원 약침은 성분, 안전성, 임상 근거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피부 재생 주사와 같은 성분이라는 표현은 소비자 기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의계는 연어 약침이 환자의 안전을 해치지 않고,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연어 추출 성분은 예전부터 약제로 써왔기 때문에 환자 안전에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PN 성분이 들어간 약침은 보건복지부에서 인증받은 원외 탕전실에서 제조한다”며 “인증 원외 탕전실에서는 인체에 주입했을 때 문제가 없도록 검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한의계는 한의사가 미용 의료에 진출하면서 시장을 뺏길 것을 우려한 의료계가 연어 약침을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엑스레이 등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복지부는 환자 안전성 우려를 고려해 향후 원외 탕전실에서 제조된 약침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원외 탕전실 평가인증 제도에 조제 용수, 청정 증기 시스템 등 약침 조제 평가 기준도 추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품과 달리 한의약품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 일일이 품목 허가를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관리 기준이 의약품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약침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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