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종인·이준석 만남에도…선대위 구성 막판 ‘진통’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16일 0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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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준석 당대표와 함께 한 자리에서 만났다. 하지만 ‘선대위 구성’을 놓고 이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주도권을 둘러싼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치면서 세 사람의 ‘랑데부’가 이뤄지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참석했지만, 최근 선대위 갈등 국면에서 신경전이 주목받았던 만큼 겉으로는 랑데부를 연출하면서도 선대위 갈등 여파로 앙금이 해소되지 않아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윤 후보는 “정치개혁뿐 아니라 국가의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우리 김 박사님께서 역할을 또 하셔야 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어려운 정권교체와 국가개혁의 대장정을 벌여나가는 이 시점에 그간 쌓아오신 경륜으로 저희를 잘 지도해주시고 이끌어달라”며 공개 구애했다.

당 안팎에선 윤 후보가 총괄선대본부장을 없애는 대신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세우는 원톱 체제로, 사실상 전권을 일임하는 선대위 구성안을 비중있게 검토 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선대위의 야전사령탑격인 총괄선대본부장 대신 각 분야별로 본부장 4~5명을 두고, 총괄선대위원장이 수직적인 관계에서 지휘하도록 해 장악력을 높여주겠다는 의도다.

관건은 김 전 위원장의 수락 여부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실질적으로 선대위 운영에 관한 전권을 주는 대신 선대위의 본부장과 같은 핵심 요직에 기존 캠프 인사를 등용하고 매머드급 캠프를 확장한 더 큰 규모의 선대위 구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선대위가 크다고 해서 선거에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김 전 위원장과의 생각과 배치된다. 윤 후보 캠프의 일부 인사들을 ‘파리떼’로 비유할 만큼 대대적인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김 전 위원장의 의중과도 상충한다.

다만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갈등 양상은 잦아드는 모양새다. 두 사람이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권성동 의원을 사무총장에 내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사무총장 교체를 둘러싼 두 사람 간의 갈등은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한기호 사무총장의 사의표명설이 갑자기 흘러나오자, 당 일각에선 그 배후로 윤 후보 측근들을 지목하고 있다. 윤 후보 대신 측근들이 나서서 당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까지 건드리며 입김을 낸 것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이 대표는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고 출판기념회에서도 윤 후보와 악수만 나눴을 뿐 밀도있는 교감은 하지 않았다.

결국 윤 후보는 이 대표와 당사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권성동 의원을 사무총장에 선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선대위 구성과 인선을 둘러싼 긴장관계가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미지수다. 윤 후보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눈 걸 알려드릴 순 없고, 내가 당 중심으로 선대위 조직도 구성을 해서 가겠다고 발표했잖나”라며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 걱정들 안 하셔도 된다”며 말을 아꼈다.

야권 일각에선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의 요구를 단번에 수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대선후보 선출 뒤 컨벤션 효과로 큰 폭으로 상승한 지지율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후보 45.6%, 이재명 후보 32.4%로 집계됐다. 양자 가상대결의 경우 윤석열 50.2% 이재명 36.0%로 윤 후보가 처음으로 과반을 넘겼다.

이 때문에 윤 후보가 높은 지지율로 강세를 보이자 당 내에서는 굳이 ‘킹메이커’까지 둘 필요가 있겠냐는 회의론도 감지된다. 만약 윤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처럼 ‘역벤션’에 걸려들어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박스권에서 정체돼 있다면 김 전 위원장에게 선대위 전권을 주고 맞춤형으로 구성했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의 복귀를 앞두고 ‘자강론’이 다시 들썩이는 것도 선대위 갈등 국면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40%를 넘나들고 윤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향하기 시작하자, 당 한편에선 선거를 치를 때마다 특정인에게 당 운영의 전권을 부여하고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반복돼온 선거전략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내 원로들은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얼마 전 TBS라디오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다시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킹메이커를 한 번 하면 됐지 몇 번씩 하냐”며 “그건 과욕이자 본인의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전 의원은 마포포럼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석열 후보를 도왔거나 앞으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당원들을 파리떼, 하이에나, 거간꾼으로 매도하는 것이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되는 일이겠냐”며 “대선은 후보가 돋보이도록 모두 뒤에서 자신을 낮추거나 숨겨야 한다. 후보 이외의 다른 인사가 나서면 선거를 망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후보가 훌륭해서 대통령에 당선되어야지 제 3자가 잘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겠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은 분열의 리더십으로 윤석열 후보를 흔들거나 국가 운명이 걸린 정권교체에 후회할 일을 더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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