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시도에…美서 ‘핵무장론’ 재점화, 韓 정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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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8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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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작년 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공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작년 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공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최근 국내외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우리나라도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내외 일각의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는 데다, 자칫 북한의 핵보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

그러나 북한 스스로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만의 확실한 ‘억제’ 수단 없이 미국의 핵우산 제공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만 믿고 기다리는 게 합당한가”란 지적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제6차 핵실험과 같은 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를 끝으로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4년째 핵실험과 ICBM급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한 해 동안 총 13차례에 걸쳐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방사포(탄도미사일 적용한 다연장로켓포) 등 신형무기 시험을 실시한 데다, 올 들어서도 최소 7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쐈다.

특히 북한이 올해 시험발사한 미사일 중엔 핵탄두 탑재 용도로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탄(단거리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등도 포함돼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1일 평양 소재 3대 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에 참석, 연설을 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1일 평양 소재 3대 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에 참석, 연설을 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이 같은 신무기 개발은 올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때 수립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Δ핵무기의 소형경량화와 전술무기화, 그리고 Δ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 등의 과업과도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최근 대화 재개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적대시적 정책과 이른바 ‘2중 기준’ 철회를 요구하는 것 역시 “핵보유국 인정을 받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대북특사를 지낸 조지프 디트라니는 17일(현지시간)자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다면 한국·일본 등 다른 역내 국가들도 핵보유를 결정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선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위협이 현존하는 한 한일 양국이 미국으로부터의 핵우산 제공만으론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사 소식통도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전·후에 따라 ‘억제’ 효과가 다르다”며 “그 전엔 북한만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었지만, 북한 핵무기를 완성한 뒤엔 미국도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미 정부가 아예 우리나라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다트머스대의 제니퍼 린드·대릴 프레스 교수는 지난달 한국국방연구원 영문저널(KJDA)과 이달 7일자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북한의 핵역량 강화와 중국의 부상 때문에 한미동맹 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우리나라의 핵무장 지원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꼽았다.

북한의 불법적 핵개발과 그에 따른 위협을 이유로 한국이 NPT 제10조(각국은 주권을 행사할 때 본 조약상 문제에 따른 비상사태가 최대 이익을 위태롭게 할 경우 본 조약을 탈퇴할 권리를 갖는다)에 따라 NPT에서 공식 탈퇴하고 미국이 이를 인정해 한국의 핵개발을 돕는다면 Δ한미동맹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Δ한국이 독자적으로 핵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게 린드 교수 등의 주장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회장도 지난 14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화상토론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등 안전보장 조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수록 자체 핵무장 등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달더 회장은 미국이 우리나라와 일본 등 역내 동맹국들과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전략을 면밀히 논의하기 위한 ‘아시아 핵계획그룹’(ANPG)을 창설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18/뉴스1 © News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18/뉴스1 © News1


그러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우리나라의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한 질문에 “지혜로운 해법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수혁 주미대사도 지난 13일 워싱턴DC 소재 주미대사관에서 진행된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게 “한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우리나라의 독자적 핵무장은 물론,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북핵 문제의 해법은 ‘한반도 비핵화’ 기조의 틀 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사 소식통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나토식 핵공유를 추진할 경우 중국·러시아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우리나라의 핵무장을 지원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역내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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