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원모]과잉홍보로 논란 자초한 법무장관-차관

유원모 기자 입력 2021-08-30 03:00수정 2021-08-30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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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인 입국 관련 장차관 브리핑
굳이 현장서 진행해야 했는지 의문
인형전달식 취재 요구-우산 의전 등
내실보다 외양 챙기다 물의 빚은 셈
우리 정부가 군수송기로 태워 온 아프가니스탄인 조력자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막 도착하기 직전인 26일 오후 3시 50분경.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공항에 직접 나와 이례적으로 현장 브리핑을 했다.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입국하는 아프간인 조력자들의 체류 자격과 비자 전환 여부, 향후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지에서 빠져나온 아프간인 390명이 입국심사를 받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는 어수선한 현장에서 말이다. 굳이 공항에서 진행돼야 할 필요성은 낮아 보였다.

법무부가 왜 무리하게 현장 기자회견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곧 풀렸다. 박 장관은 브리핑 직후 인천공항 보안구역 내로 이동해 입국심사를 받는 아프간인들에게 인형을 나눠 주는 행사를 했다. 보안구역 내에 있던 일부 법무부 직원이 취재진에 박 장관의 모습을 취재하라고 요청한 사실 등도 알려졌다. 정치인 장관이 본인의 홍보를 위해 이날 행사를 준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은 다음 날인 27일 지속됐다. 이날 낮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10분간 진행된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브리핑에서 수행비서가 빗속에서 무릎을 꿇고 3, 4분간 우산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우산 의전’ 논란이 터진 것. 당시 현장 취재진의 요구 등으로 법무부 직원이 기마 자세를 취하다 힘이 들어 무릎을 꿇은 측면도 있다. 법무부는 애초 행사는 내부 시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취재진(49명 이상)이 몰려 코로나19 방역 수칙상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이날 브리핑 역시 법무부 차관이 굳이 진천 현장에서 강행했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여전하다.

이틀간 벌어진 논란은 아프간인들의 입국과 관련된 차분한 정보 전달과 정책 수립보다는 마치 대대적인 행사를 열어 외양을 중시한 법무부의 책임이 크다. 박 장관은 난민을 비롯해 국내 영주권, 체류 자격 등 외국인 정책을 책임지는 법무부의 수장이다. 아프간인의 한국 입국은 작전명 ‘미라클(기적)’처럼 기적 같은 일이지만 향후 난민 지위, 특별기여자 신분에 대한 법적 논란 등 여러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출입국 외국인 관련 행정은 거창한 치적을 만드는 것보다 묵묵한 갈등 중재와 세심한 정책 보완을 우선시할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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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박범계#법무장관#인형전달식#취재요구#우산 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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