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까 노까’ 일본 전범까지 등장…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물건너 가나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5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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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이 일본군인가" 사과 요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리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난 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환영식이 열린 국민의힘 회의실. 이준석 대표는 회의실 배경에 그려진 건전지 모양의 빨간색 배터리를 윤 전 총장과 함께 충전시킨 뒤 “국민의당과의 합당 절차가 끝나게 되면 배터리끼리 합치는 모양으로 만들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8월 경선 버스’ 출발 준비를 마치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합당을 재차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언급대로 두 정당의 배터리가 합쳐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합당 협상 시한을 이달 8일까지 못 박고 안 대표가 직접 나설 것을 압박했다.

그는 “이번 주가 합당의 분수령이자 마지노선이다. 이것을 거스르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8월 둘째 주 휴가 일정과 함께 8월 말 시작되는 국민의힘 경선 일정과 합당 실무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주까지 합당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몸통 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몸통 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몸통을 밝혀야 한다며 응수했다. 지난 2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배후 수사 및 문재인 대통령의 진실 고백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며 국민의힘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대선 주자들이 제1야당에 모이면서 축제 분위기로 보이지만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야권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의 총합보다 높다”며 “제1야당과 제2야당 지지자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플러스 통합이 정권교체를 담보할 수 있다”고 야권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흡수되는 합당 방식보다는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당대당 통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이번 1인 시위가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합당 논의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당분간 독자 노선을 걷다가 단독 출마를 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정국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에서도 안 대표의 독자 출마 가능성이 언급됐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3일 “합당을 통해 안 대표의 역할을 제도화하려던 열린 플랫폼이 실패했다”며 “야권의 외연 확장을 위해 역할이 다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4일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양당의 합당 협상이 당명 변경 등을 둘러싼 신경전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격화된 가운데 안 대표의 독자 출마까지 거론되면서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는 4일 합당에 대해 이 대표가 ‘예스(Yes)인지 노(No)인지’ 답을 하라는 것과 관련해 일본 전범을 언급했다.

안 대표는 “2차대전에서 일본이 싱가포르를 침략했다. 싱가포르는 그때 영국이 점령 중이었다”면서 “양쪽 장군끼리 담판을 벌였는데 그때 야마시타 중장이 한 말이 ‘예스까 노까(예스인가 노인가), 할복할래 말래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설마 (이 대표가) 그런 의도로 했을까. 아마 역사적 사실 모르고 그 말씀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제 누가 대화 중에 ‘기냐 아니냐’라고 하면 전범 취급 당하겠다”며 “친일몰이를 넘어서 전범몰이는 신박하다”고 반격했다.

이 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준석에게 일본군 전범이 연상된다면 국민의힘은 2차대전 때 일본군 정도 된다고 인식하는 것인가”라며 “상식에 벗어난 발언이다.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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