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이어 신문법-바우처법까지…與 ‘입법 폭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9일 17시 28분


코멘트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박정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7.27/뉴스1 © News1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박정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7.27/뉴스1 © News1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언론중재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이 추가 입법 폭주에 나섰다.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단체들이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보도지침과 유사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는 법(신문법)과 언론 영향력 평가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법(일명 ‘미디어바우처법’)도 밀어 붙이기로 했다.

● 與, 8월 입법 독주 선전포고
민주당 관계자는 29일 “언론개혁 관련 법안 처리가 지체돼 온 만큼 8월 상임위원장이 야당으로 바뀌기 전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하다”며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신문법 등도 우선 순위에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과 국민이 참여하는 언론 영향력 평가 결과로 다음 해 언론사에 대한 정부 광고 집행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바우처법을 다음 수순으로 정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내주고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야당의 입법 바리케이드를 넘어 수술실 CCTV 설치법, 미디어바우처법, 신문법 등 입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며 개혁법안들의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음달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전까지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계속 문체위 전체회의 소집에 반대할 경우 상임위원장 권한으로 전제회의를 열어 언론중재법 등을 의결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문체위원장은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고, 문체위 16명 중 열린민주당을 포함한 9명이 범여권 소속이기 때문에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앞서 27일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다수결로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였다. 민주당이 언론 관련 입법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검찰개혁 관련 입법이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언론 관련 법이라도 처리해야 지지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野 “盧 살아계셨다면 언론법 개정에 개탄할 것”
국민의힘은 여당의 언론 입법 폭주를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의 다양성을 확보해 국민이 취사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관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언론의 입을 가로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언론관은 매우 차이가 크다”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지금 언론법 개정에 개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애당초 이 정권의 목표는 자신들을 조금이라도 비판하거나 허물을 지적하는 이들을 ‘적폐’로 규정하고 말살해 자신들의 정권을 연장하는 것이었다”며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던 대통령이 답해보라”고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도 이날 성명을 통해 “검찰봉쇄에 이어 언론봉쇄가 시작됐다”며 “반헌법적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 악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관련 단체들도 이날 “위헌적 법률 개정을 중단하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언론중재법의) 일부 조항들은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정치 권력이 언론의 기사편집과 표현을 일일이 사전 검열하던 보도지침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며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언론 봉쇄 도구로 변질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민주당 스스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