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백제 주체돼 통합한적 없어”…이낙연 “중대한 실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5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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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백제’ 논란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를 통합한 적이 없었다”는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또 다시 정면으로 맞붙었다. 여기에 각각 호남, 영남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까지 가세하며 커진 논란에 충남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까지 뛰어들었다. 극한의 난타전에 여당 지도부는 황급히 각 주자들이 참석하는 신사협정 무대를 준비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5일 광주시 서구 민주당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지역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5일 광주시 서구 민주당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지역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 영남 출신 이재명, 호남 출신 이낙연 ‘백제’ 격돌
이 지사는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다. 충청하고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이 전 대표와의 면담 자리를 언급하며 “(이 전 대표) 이 분이 나가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다.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 그렇게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지금은 우리(민주당)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고, 제일 중요한게 확장력”이라며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 받을 수 있는 후보, 그것도 좀 많이 받을 수 있는 게 저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후보께서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며 “(이 지사의)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성토했다. 이 전 대표 캠프도 화력을 집중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의 약점은 호남’, ‘호남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인가.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확장력은 지역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 지사의 고향은 경북 안동, 이 전 대표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측은 상대방을 향해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지사를 돕는 우원식 의원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발언 어디에도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 후보’라는 말이 없다”며 “이낙연 캠프가 ‘지역주의 프레임’이란 한국정치의 괴물을 다시 불러내 이재명 후보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라고 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캠프의 신경민 전 의원은 해당 발언이 “선의였다”는 이 지사 측 주장에 “우리 모두 한글 읽을 수 있고,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이 지사가) 솔직히 발언의 진의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논쟁 끝내기를 권유드린다”고 맞섰다.

● 李-李, ‘공격 받으니 방어는 해야’ 상대방 탓
양측의 공방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두 캠프 모두 ‘물러나면 끝’이라는 각오로 뛰어들고 있다”며 “여기에 논란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호남 등 여권의 핵심 영역과 직결돼 있어 더 거세게 맞붙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했다. 각각 24일과 25일 호남을 찾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상대방 탓을 했다.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해 이 지사는 “방어하지 않으면 그게 절반은 진실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어는 해야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고, 이 전 대표는 “제 주변 사람들이 (이 지사 측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어 대꾸를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한 두 주자가 물러설 뜻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주자들까지 가세해 ‘백제 논란’은 더 커졌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향해 “도대체 경선판을 어디까지 진흙탕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냐”며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지역 이기주의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한 반면 김 의원은 “이낙연 정세균 두 후보는 지역주의를 불러내지 말라. 당선을 기원한 걸 ‘호남불가론’으로 둔갑시켰다”며 이 지사를 두둔했다. 여기에 백제의 수도였던 충남 공주-부여를 지역구로 둔 정진석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 “대선 후보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지역 감정을 조장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공방이 수습 불가 수준까지 치달았다”는 우려가 커지자 당 지도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상민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은 26일 오전 각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모두 불러 네거티브 자제 등을 당부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기에 28일 경 각 주자들이 직접 참석해 ‘원 팀’ 기조를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신사협정 자리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혜령기자 herstory@donga.com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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