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아’는 없다”…2030 입맛 저격한 이준석 ‘직설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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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18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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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1.6.13/뉴스1 © News1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1.6.13/뉴스1 © News1
“여자친구 있습니다, 유명인은 아닙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적 발언부터 은밀한 사생활 고백까지 날 것 그대로의 ‘직설화법’이 참신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는 화법에서도 ‘여의도 문법’을 거부한다.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 화법’, 알쏭달쏭한 ‘모호성 화법’, 눈살이 찌푸려지는 ‘막말’ 등 기성 정치권의 언어를 한순간에 ‘구태’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준석 대표는 17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아마추어 티가 나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윤 전 총장이 첫 공식행보를 시작한 우당선생 기념관 개관식을 예로 들면서 “어떤 분들이 윤 전 총장과 함께하는지 보여주지 못했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에도 답을 주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이어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내가 당 대표가 된 걸 감옥에서 보며 위안이 됐길 바란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면회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 앞으로도 면회 계획은 없다”고 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전문가의 조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적 연민’의 발로였다. 하지만 이 대표 특유의 직선적인 ‘돌직구 발언’은 갖가지 해석과 파문으로 이어졌다.

공사(公私)를 가리지 않는 솔직함도 특징이다. 그는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 유명인은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17일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했던 것은 논의 진행 자체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당내 사정을 솔직하게 고백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화법에 대해 “야채가 아삭아삭하면서 부드러울 순 없다. 겸손하면서 논리적이기는 어렵지 않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될 수 없다”며 줏대를 세우고 있다. 11일 SBS 인터뷰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해법이 안 나왔다. 제 나름의 스타일을 찾아서 정착한 게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이준석 화법’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참신하고 시원하다는 ‘호평’과 미숙하고 불안하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기성 정치와는 결이 다른 ‘파격’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직설화법’이 일단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소위 간 보지 않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2030세대의 마음을 매료시키면서, 보수정당의 약점인 ‘청년 호감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준석 대표는 에둘러 말한다든지, 거짓말과 레토릭으로 점철된 기존 정치화법과 전혀 다른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며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세대나 기득권 정치에 반대하는 세대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이 대표가 2030세대 지지율을 끌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직설화법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대선을 목표로 했을 때 직설화법은 리스크보다 장점이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내부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의 직설화법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막말이나 망언보다 훨씬 낫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광주 붕괴사고 실언’을 언급하면서 “이 대표의 돌직구 발언을 두고 ‘건방지다’는 비판은 나와도 ‘막말’이라는 소리는 없다”며 “선을 넘지 않으면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법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광주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버스정류장만 아니었다 할지라도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만 밟았어도 살아날 수 있던 상황”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취임 첫 날 광주 사고 현장을 찾아 “저는 5·18민주화운동 이후 태어난 세대로서 다시는 광주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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