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녀상 설치 무산…日정부 조직적 압박 韓 ‘민간차원’

뉴스1 입력 2021-06-16 10:39수정 2021-06-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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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시립 중앙도서관 앞에서 위안부 소녀상의 모습. ‘2013.7.31 액션이미지스/뉴스1
약 2400명의 한인들이 거주하는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Aurora)시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가 추진됐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조직적 압박이 작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베를린시 미테구의회에 소녀상 철거 움직임에 이어 설치 움직임에 대응하면서 해외 소녀상 설치 문제에 있어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에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오로라 시 의원(City Councilmember·10명)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오로라 시청 공원에 설치하는 안건을 스터디 세션에 상정했지만 결국 전원합의체 의견으로 부결했다.

이들은 부결 이유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지만 스터디 세션에 참여했던 한 시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주덴버 일본 영사관에서 시의원들에게 성명을 보냈다”며 “전화통화를 통해 성명을 구두로 읽어주는 형식으로 영사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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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시지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미 보상이 이뤄졌다며 이를 허용해 주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 시의원은 “일본의 메시지가 나의 결정엔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면서 “이후엔 다른 의원들과 이에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소녀상과 관련한 국제 분쟁의 전례가 있다”면서 “우리는 지역 이슈를 다루는 지방 의회이고 외교정책을 관할하지는 않는다. 다른 방식으로 위안부에 대해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영사관 또는 대사관에서 연락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엔 “없었다”고 답했다.

소녀상 설치를 주도했던 오금석 콜로라도 평화의 소녀상 기념재단 이사장은 통화에서 “시 의원들은 일본 정부가 너무 반대하고 있다면서 부결 이유를 밝혔다”며 “일본 정부는 ‘이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문제인데 왜 개입하느냐’면서 메가톤적으로 압박과 회유를하고 있다”고 했다.

오 이사장은 지난 2019년 오로라시에서 3월 1일을 ‘유관순 날’로 지정하는 것을 성사시켰는데 당시에도 일본 정부의 압박은 상당했다. 지정 이후 일본 총영사가 오로라 시청으로 두 차례 항의 방문해서 오로라시와 시의회에게 외교적 마찰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오 이사장은 주 샌프란시스코 한국 영사관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다는 서한을 보냈지만 영사관이나 대사관 차원의 답장은 없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민간 차원의 활동이라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한국대사는 일본에 비해 우리 대사관과 공관들이 소녀상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판에 “정부가 개입하면 외교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이번 일본의 조직적 반대에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해당 건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뿐이었다.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추진하는 위원회를 결성한 신희석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박사는 “우리 정부가 소극적이여서 아쉽다”라며 “일본 정부는 아베 정부 출범 이후인 2007년부터 계속해서 조직적으로 이러한 역사왜곡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왜곡 차원에서 정부도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우리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일본에 문제를 제기하고 역사왜곡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영어로 된 교육 자료를 배포한다던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미국 전역에는 2013년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을 시작으로 뉴욕 한인 이민사박불관,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등 15개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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