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분노-보수의 정권교체 열망이 만든 ‘6·11 정치태풍’

강경석 기자 입력 2021-06-12 03:00수정 2021-06-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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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에 이준석]
여의도 흔드는 30대 제1야당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방청석 맨 앞줄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중진 의원들이 모여 앉은 모습과 대비된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을 이끌어갈 새 간판으로 36세 이준석 신임 대표가 11일 선출되자 당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를 향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분노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진영의 열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 지지층과 국민들이 도합 ‘18선’의 중진 후보들을 모두 제쳐놓고 ‘0선’인 이 대표를 선택한 변화에 대한 기대는 국민의힘 차원을 넘어 정치권 전체에 대한 혁명적 쇄신 요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제1야당에서 일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 ‘6·11 정치태풍’으로 커지면서 한국 정치의 진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열망과 분노 넘어 변화로
보수 진영이 이 대표를 선택한 이유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홍준표, 황교안 대표 등 당 대표를 두 번 바꾸고 김병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도 두 번 출범시키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자 이번엔 기존 정치 문법을 뛰어넘는 파격을 선택한 것이다. 보수 지지층이 한국 정치에서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통하는 1970년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40대 기수론’을 뛰어넘어 ‘30대 기수론’이라는 파격을 택한 배경이다. 이 대표가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변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당원 14만9000여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도 37.4%를 얻어 나경원 전 의원(40.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번 국민의힘 당원 선거인단 32만여 명 중 영남권이 51.3%이고, 50대 이상 당원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영남권 중년, 노년층 다수도 이 대표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당도 MZ세대와 보수진영발(發) 또 한 번의 ‘정치 혁명’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병민 전 비대위원은 “이번 선거 결과에는 MZ세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연령대의 국민들이 ‘미래로 나아가라’는 무거운 과제를 정치권에 던져줬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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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이었던 2030세대가 현 정부의 불공정과 기득권 세대의 차별을 문제 삼으며 자신들을 대변할 새로운 정당을 찾기 시작한 것도 기존 정치의 변화를 이끌 핵심 요인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준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준석을 만드는 바람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2030세대가 기득권 대표인 586을 거부한 것을 (야권 지지층이 대선 승리 카드로) 인정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 공존과 공정 앞세운 정치실험 성공할까
이 대표는 MZ세대가 문재인 정권에 가장 분노하는 지점을 파고들며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첫 당직 인선에 접목시켰다.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대변인단 공개경쟁선발’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등 파격적 혁신안을 바로 공식화한 것. 이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5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연줄을 쌓으려 줄을 서는 사람은 없다”며 “누가 선발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확신을 줄 것”이라고 했다. 황보승희 의원 등이 거론되는 수석대변인직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경쟁을 통해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가 이날 “청년다움, 중진다움, 때로는 당 대표다움을 강요하며 소중한 개성들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앞으로 정치실험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라며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63%에 이르는 당원들과의 결합을 강조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대선과 지방선거를 주도하거나 거대한 당 조직을 운영해본 적이 없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가수 임재범 씨가 2000년에 발표한 노래 ‘너를 위해’의 가사를 빌려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이 대표는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칠 것”이라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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