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차 추경 돈풀려는 與… ‘나라 곳간 안전장치’ 풀기 나서

강성휘 기자 입력 2021-06-01 03:00수정 2021-06-0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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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재정준칙]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국가채무비율 60% 이하 유지’
2차 추경 땐 지키기 힘들어져… 국가재정법 입법 논의 과정
재정준칙 예외조항 수정하거나, 국가채무비율 기준 올릴 수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운데)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 여름 움츠러든 실물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경 등 재정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시 한 번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군불을 때고 있는 여권이 ‘한국형 재정준칙’을 일부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로 한 재정준칙을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채무비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31일 “2차 추경에 더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손실보상법까지 감안하면 2025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60% 밑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재정준칙 입법 논의 과정에서 예외 조항을 구체화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정부는 나라 살림을 대폭 줄여야 한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3월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1차 추경으로 2024년 예상 국가채무비율은 59.7%에 육박한 상황이다. 여기에 2차 추경까지 편성되면 2025년 이전에 마지노선인 6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9월 추석 전후로 검토하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재정준칙을 일부 손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추경 논의가 시작되면 어느 때보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야당의 집중 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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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전 재정준칙을 손보겠다는 기류다. “2차 추경은 우리 경제에 특급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던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여름 움츠러든 실물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경 등 재정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재정준칙의 기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대략 80%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형 재정준칙이 정한 60%가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개월밖에 안된 재정준칙, 돈풀기 위해 손보려는 與
‘국가채무비율, GDP대비 60%’… “2차 추경땐 유지 어려울수도”
재정준칙 일부 손질 방안 검토… 나랏빚 급증 속 재정건전성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본격 논의에 앞서 ‘한국형 재정준칙’ 수정을 검토하는 것은 향후 확장적 재정정책 등 국정 운영의 족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거듭된 추경 등으로 2025년이 되기도 전에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재정건전성은 당연히 신경 써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회복도 중요하다”며 “비상상황에 국가가 빚을 내지 않으면 국민이 빚을 지게 된다”고 했다.

○ 재정준칙 발표 7개월 만에 “수정 검토”



재정준칙은 과도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도입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거듭된 추경 편성 등으로 국가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60% 이내로 하고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재정준칙은 시행령이지만, 재정준칙의 법적 근거는 국가재정법에 담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안 등 관련 법안 5개가 발의된 상태다. 추 의원은 국가채무비율을 45%로 규정했지만, 3월 올해 첫 추경에 따라 이미 국가채무비율은 48%를 넘어섰다.

민주당은 국가재정법 입법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의 재정준칙 일부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재정준칙 적용의 예외 조항을 더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추경 편성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정한 예외 조항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대규모 재난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로 성장, 고용의 중대한 변화 등으로 돼 있는데, 이를 더 명확하게 손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여당 내에서는 아예 ‘국가채무비율 60%’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OECD 국가채무비율 평균이 80% 가까이 되는데 우리만 60% 수준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 與,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전 손보기



지난해부터 추경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재정건전성 논란이 일었지만, 민주당이 이번에 재정준칙 사전 정비 작업에 나선 건 거듭된 추경으로 국가채무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극복을 명분으로 여권은 지난해에만 4차례, 올해 1차례 추경을 단행했고 2024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59.7%까지 높아졌다.

여권이 계획대로 9월 추석 전후로 두 번째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풀기 위해서는 국가채무비율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올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지난해보다 규모가 커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지난해 3월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는 데 14조3000억 원이 들었다.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여기에 청와대가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기로 한 상황에서 결국 여권이 재정준칙과 관련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예외 조항을 손보거나, 국가채무비율 기준을 높이는 것 등 두 가지뿐이다.

여기에 현 재정준칙이 유지된다면 여권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도 차기 정부가 재정 운영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내년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해도 역시 과도한 재정준칙으로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논의해 볼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정준칙
과도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가채무비율 등 주요 재정 지표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만든 규범. 지난해 10월 정부는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한국형 재정준칙’ 시행령을 마련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나라 곳간#안전장치#국가 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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