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 아사리판 안갈것” 김병준 “尹, 전과자 손잡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5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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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지 1주일 만에 승리를 이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간의 독설전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바로 직전 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 간의 이례적인 비난전의 배경엔 내년 대선을 치르기 위한 ‘야권 플랫폼’의 주도권싸움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김병준 “윤석열이 전과자 손잡겠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김종인 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공정의 가치를 높이 드는 윤 전 총장이 30년 전, 그 때 돈으로 2억1000만 원, 그 어마어마한 돈의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김 전 위원장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2억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또 재보선 승리에 대해 “시민들 그(김종인 전 위원장)를 보고 찍은 것은 더욱 아니다. 누가 뭐래도 정권심판, 그것이 주요 요인이었다”고 했다.

선거가 끝난 뒤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김종인 전 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 볼 도리가 없다”면서 노골적으로 대선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과 관련해 “안 갈 것 같다.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라며 했고, “(윤 전 총장이)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제3지대 신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야권 신당론’을 띄우기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발언이 일반적인 쓴소리를 넘어서 대선판을 주도하려는 의도로 읽히면서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어졌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14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욕(老慾)에 찬 기술자”, “알량한 정치기술자”, “희대의 거간꾼” 등 가시 돋친 표현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을 거세게 비난했다. 장 의원은 “훈수를 가장한 탐욕에 현혹된다면, 그의 함정에 빠져드는 꼴이 될 것이다. 대선국면을 분열과 혼탁에 빠질 수 있다”고도 했다.

권영세 의원은 14일 중진연석회의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현명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직설을 날렸고, 같은 회의에서 홍문표 의원도 “도가 넘는 상왕정치와 감별사 정치를 멈춰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여기에 김병준 전 위원장까지 대(對) 김종인 전선에 동참하면서 ‘국민의힘 대 김종인’ 전선이 더 확장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당원인 김 전 위원장이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 16일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해당행위로 징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당내에서 나왔다.

● “김종인 vs 국민의힘 싸움 본질은 대선과 윤석열”


물론 국민의힘 내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의 발언은 선거에 이기자마자 당권 다툼에 빠진 국민의힘을 자극하고 야권의 외연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일부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매개로 야권 대선판을 키우면서 국민의힘의 경쟁력도 함께 강화시키고, 결국 훗날 단일화 된 야권 대선 후보는 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본인이 없는 국민의힘이라면 당의 존속이나 발전은 안중에 없으며, 내년 대선의 중심에 서서 주도권만 잡으면 된다는 행태”라는 해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우리 당에 올 때 ‘제1야당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 않았느냐”며 “스스로 강조하고 약속한 명분을 스스로 뒤집고 있다”고 했다.

결국 어느 쪽의 해석이나 양측의 격화되는 다툼의 본질은 대선에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인 윤 전 총장이 김종인 전 위원장과 국민의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싸움이 종결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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