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내로남불’ ‘무능’ ‘위선’ 문구 불허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4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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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가 실시간 관제 및 모니터링 되고 있다. 2012. 4. 4.
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가 실시간 관제 및 모니터링 되고 있다. 2012. 4. 4.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7 재·보궐선거에서 ‘위선’ ‘무능’ ‘내로남불’ 등의 표현을 사용해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거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해당 질의를 했던 국민의힘은 4일 그동안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던 선관위의 해석과 조치를 문제삼으면서 “선관위가 여당 선거캠프의 팀원이 됐다”고 반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내로남불=민주당’ 인식 가능해 금지”
국민의힘 사무처는 최근 선관위에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이깁니다”라는 투표 독려 문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선관위는 “해당 문구는 다른 정당(국민의힘) 등에서 상대 정당(민주당)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고 있고, 그에 따라 국민들도 어느 정당을 지칭하는지 인식이 가능한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을 제한된다”고 국민의힘에 통보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비판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김예령 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고 “선관위까지 나서 더불어민주당은 위선·무능·내로남불 정당이라고 인증하며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팀킬’ 팀원으로 합류했다”며 “선관위가 도 넘은 집권권여당 민주당 수호 의지로 자승자박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신영대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선관위가 악의적인 투표 독려 현수막 문구를 불허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자의적인 해석으로 시민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관위는 선거 심판기구이며, 선관위에서 내린 결정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당연히 따라야 하는 룰”이라며 “민주당도 만약 어긴 사실이 있다면 선관위 지적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 투표참여 시설물 “순수 투표 참여 권유만 허용”
최근 국민의힘이나 시민단체들이 선관위에 질의하면서 논란이 된 사안들은 ‘투표참여 시설물’에 쓰는 문구다. 공직선거법은 후보나 선거운동원이 아닌 사람이라도 단순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허용하고 있다. 다만 선거 운동기간에는 그 문구 내용이 제한된다. 공직선거법 90조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시설물 등에 정당·후보자의 명칭·사진 또는 그 명칭·사진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며 금지된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투표 독려를 위한 피켓 현수막 등은 설치 주체나 개수가 제한돼있지 않다. 각 당이 원하는 만큼 더 많은 현수막을 달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선거운동 피켓, 현수막 문구는 허위사실, 비방일 경우에만 제한된다, 다만 투표 독려 문구가 단순히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인지 인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시민단체와 선관위의 주장이 달라 논란이 더해지고 있는 것.

서울시 선관위는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보궐선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담은 투표 독려 현수막을 금지해 편파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최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현수막을 제작했지만 선관위는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보고 제한했다. 또 ‘나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나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는 문구도 금지됐다.

반면, 선관위는 “거짓말하는 일꾼 투표로 걸러내자” “정직한 후보에게 투표합시다” “당신의 투표가 거짓을 이긴다” 등 일부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들의 현수막도 제한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간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을 보장하고 공정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정당·후보자 등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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