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사법 영역에선 편가르기 안돼…정의·공정 세울 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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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24일 “사법 영역에서 편을 갈라서는 안 된다. 편을 나누면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차장은 이날 오전 대검 간부들과 확대간부회의를 진행하기 앞서 A4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 차장은 “검찰은 언제부터인가 OO라인, OO 측근 등 갈려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우리도 무의식중에 그렇게 행동하고 상대방을 의심까지 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와 전쟁에서는 피아 식별이 제일 중요한 요소지만 수사와 재판이라는 사법 영역에선 편을 갈라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검찰을 하나 되게 만드는 건 정의와 공정의 가치이고, 구체적으로는 법리와 증거”라며 “법리와 증거 앞에 우리 모두 겸손해야 하고 자신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차장은 25일부터는 새로운 지침을 시행해 검찰의 ‘별건 수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과는 별개인 피의자의 또 다른 혐의나, 피의자 가족의 혐의를 포착했을 때 검사장과 대검 등의 승인을 얻어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검은 “별건 수사 사건은 원칙적으로 다른 (수사팀) 부서, 검사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조 차장은 “실적을 올리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자백, 공모관계를 밝히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 수사하는 잘못된 관행을 이제 그쳐야 한다. 구속 수사는 법 취지에 맞게 도주나 증거 인멸에 해당하는 경우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조 차장은 경찰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일선과 소통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가 구성돼 29일 첫 회의가 열린다. 조 차장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검찰의 조직문화도 함께 변해야 한다”면서 “검찰이 부패범죄 척결 등 실적에도 국민 신뢰를 못 얻는 이유는 검찰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는데 인색하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차장은 또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질책 속에도 반성은 일회성에 그치고, 오만하고 폐쇄적으로 보이는 조직문화와 의식 속에 갇혀 국민에게 고개를 낮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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