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당’ 등장할까…“보수 야권 아닌 제3지대 둥지 유력”

임기를 4개월 여 남기고 물러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4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직하면서 ‘정계 입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윤 총장은 이미 유력한 대선주자로 분류돼 온 만큼, 정치권에서는 그의 사퇴를 ‘대권 행보’의 시작점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대권 도전이 현실화하면 최대 관건은 윤 총장이 언제, 어디에 ‘둥지’를 틀 것인가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정계에 입문, ‘제3지대’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정당’의 등장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총장은 전날(4일) 오후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라며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이 ‘정계 진출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4선이자 검찰 특수통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본격적인 정치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을 ‘정치 선언’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보수야권은 곧장 은근한 ‘러브콜’을 보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은 보수야권이 아닌 ‘제3지대’에서 시작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성 야권이 아닌 ‘회색지대’에서 세력을 키우는 것이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는 날 회색 넥타이를 맸다.

권성동 의원은 “(윤 총장은) 당분간 제3지대에서 활동할 것”이라며 “일단 무소속으로 정치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계산을 해볼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 교수도 “윤 총장이 보수야당에 몸을 담는 순간, 사퇴를 한 명분이 확 퇴색할 수 있다”며 “한국 사회의 독점적인 카르텔 구조를 깨는 길을 가야 한다.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윤 총장이 첫발을 뗄 시점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꼽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총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곧장 대구고검·지검을 다녀와서 사퇴를 했다”며 “나름대로 정치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까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끊임없는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정당함과 정의로운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보궐선거가 끝난 후부터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력 구축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