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판결문에 ‘블랙리스트’ 단어 없어” 野 “표적감사, 블랙리스트 아니면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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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사표낸 13명 상당수가 임기 채워”
靑, 野의 윗선개입 공세 차단 나서
野 “오만한 靑, 판결 인정 안해”… 다른 부처 조사-국조 추진 등 검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법정구속된 지 하루 만인 10일 청와대가 ‘적법한 사유와 절차’를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1심 판결 당일인 9일만 해도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던 청와대가 여권이 과거 박근혜 정부를 비판해온 ‘블랙리스트’로 거꾸로 비판을 받게 되자 강경 대응 모드로 전환한 것.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환경부가 긴밀히 협의했다고 판단한 가운데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청와대 윗선 개입 의혹’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결한 사건을 두고 청와대가 이를 부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의 발로”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는 특정 사안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지원 배제 명단을 말한다”며 “재판부의 설명자료 어디에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은 정권 출범 이후에 전 정부 출신 산하 기관장에게서 사표를 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앞으로 상급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330여 명과 상임감사 90여 명 등 공공기관 임원 대부분이 임기를 마치거나 적법한 사유와 절차로 퇴직했다”며 “사표를 제출했다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 역시 상당수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고 했다. 법원이 전날 판결에서 “이 사건처럼 계획적이고 대대적으로 사표를 요구한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며 “명백히 법령에 위반된다. 타파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라고 했음에도 ‘적법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재판 결과 부정은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문화계·사법부 블랙리스트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신중한 대응 기조였다. 하지만 후폭풍이 설 연휴까지 이어질 경우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것을 감안해 적극 대응 모드로 선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국민들이 오해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대법원장도 수하에 두고 사법개혁에 매진하는 청와대니 일선 판사의 판결을 전면 무시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냐”며 “법관 탄핵으로 적당한 으름장도 놨으니 법관이 더 만만해 보이는가”라고 했다. 이어 “정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법부를 끌어내려 사법부를 사법(私法)부로 만들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전 정부에서 선임된 기관장들을 쫓아내기 위한 표적 감사와 독선적 편가르기, 노골적 법치 파괴가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이 블랙리스트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환경부 외에 다른 부처에서 진행된 낙하산 인사 관련 추가 블랙리스트 유무를 파악할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재판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청와대 개입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함께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윤다빈 기자
#판결문#블랙리스트#표적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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