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돌아가”… 美엔 “강대강” 재천명

권오혁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1-11 03:00수정 2021-01-11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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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잠 개발 공식 선언]文정부에 “한미훈련 중단경고 외면
南이 움직이는 만큼 상대해줄 것”… ‘비핵화’ 언급않고 핵표현 36차례
“최대 주적 美, 누가 집권하든 北 향한 적대정책 본심 안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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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8차 대회 닷새째인 9일 공개된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비핵화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핵보유국” “국가핵무력건설대업” 등 핵이 포함된 표현을 36차례나 언급했다. 미국을 겨냥해 ‘강 대 강’ 원칙을 밝히면서 “적대세력의 위협이 종식될 때까지 군사적 힘을 지속 강화하겠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북남(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2018년)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 “누가 집권하든 미국 실체 절대 안 변해”

김 위원장은 미국을 “최대 주적” “전쟁 괴수”로 표현하면서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핵개발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약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극심해졌다”며 “국가방위력을 순간도 정체함이 없이 강화해야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김 위원장이 미국을 ‘주적’으로 지목한 발언이 과거 김 위원장을 ‘폭력배’로 칭하며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북핵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행정부에 핵능력을 내세워 엄포를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설 의향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해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핵 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밝혀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은 9일 당 규약을 개정해 “조국 통일을 위한 국방력 강화”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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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2016년 7차 당 대회 이후 경제·핵 병진노선도 처음 거론했다. 2013년 처음 등장했다가 2018년 비핵화 협상 시작 이후 언급되지 않던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한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해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핵 협상을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군 역량 개발을 잠재적인 협상 지렛대로 이용해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김 위원장은 핵 프로그램에 관해 미국과의 교착 상태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보고 있다”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제거하는 과감한 첫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은 어떤 것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 보건협력은 거부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들여 온 방역보건·인도주의적 협력과 개별관광에 대해서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남북)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남조선(한국) 당국에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며 “북남관계 회복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 북남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 주겠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인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을 내세운 뒤 이 내용이 관철되지 않는 한 관계 진전은 없다는 경고를 던진 것.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해서도 “(남측 시설인) 해금강호텔 등 시설물을 모두 들어내고 우리(북한)식 건축양식의 건물을 세우는 과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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