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文대통령, 가장 신뢰하는 인사들로 친정체제… 레임덕 차단 포석

입력 2020-12-31 03:00업데이트 2020-12-31 05:19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靑참모진 개편]비서실장-정책실장-민정수석 교체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31일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진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위쪽 사진 오른쪽)이 2018년 장관 시절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아래 사진 중 왼쪽과 오른쪽 사진은 각각 정책실장과 민정수석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진 이호승 경제수석과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동아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인사들로 채운 확실한 친정 체제 구축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31일 단행될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대통령비서실장, 정책실장, 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의 핵심 포스트들을 문 대통령과 가깝고 익숙한 인사들로 채웠다는 의미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파문으로 흔들렸던 정국 기류를 다잡고,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 기업인 출신 유영민 발탁, 경제 정책 강화 의도

관심을 모았던 비서실장에는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내정됐다. 유 전 장관은 정치권 경력은 짧지만 과기부 장관으로 일하며 문 대통령의 큰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LG, 포스코를 거친 기업인 출신으로 2012년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정책 자문단을 맡았다. 2016년과 올해 4·15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2012년 대선 당시만 해도 당내에 기업인 출신이 드물었다”며 “LG CNS, 포스코ICT 등을 거치며 정보기술(IT) 분야에 밝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유 전 장관을 발탁한 배경”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좀처럼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던 노영민 비서실장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앞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유 전 장관은 부산 출신으로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친문 진영 내의 이른바 ‘부산파’ 인사들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과 함께 호흡을 맞출 정책실장에는 이호승 경제수석의 승진이 유력하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의 이 수석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 수석, 실장을 모두 거친 유일한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현 정부 출범 직후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이 수석은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쳐 지난해 6월 청와대로 다시 복귀했다. 6개월 동안의 1차관 재직 시절을 제외하면 문 대통령 임기 내내 곁을 지킨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수석으로 돌아온 직후 터진 일본 수출규제 사태를 잘 극복하는 등 위기 상황을 잘 수습했다”며 “사안을 빠르게 정리해 대책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보고는 이 수석의 보고”라는 평가다. 한 청와대 참모는 “이 수석의 보고를 받을 때 보면 문 대통령의 표정이 달라진다”며 “매일 오전 열리는 ‘티타임 회의’에서 기탄없이 의견을 밝히는 몇 안 되는 참모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을 이끌 참모로는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유력하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여권 관계자는 “신 전 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는 상상 이상”이라며 “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신 전 실장을 국정원으로 보낸 것도 가장 믿을 만한 인사를 보내 국정원 개혁을 이루겠다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신 전 실장은 그간 청와대 입성을 계속 거절했지만 “곁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을 지켜야 한다”는 친문 인사들의 권유를 끝내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실장은 또 대선 캠프에서 일하며 문 대통령의 친인척 현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는 민정수석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한 여당 의원은 “신 전 수석이 검찰 출신인 만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검찰개혁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라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靑, 하루 3차례 인사 발표 쏟아내며 인적 쇄신 강조

청와대는 현 참모진의 사의 표명과 새 참모진 발표 시점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1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오후 2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일부 부처 개각 결과를 내놓은 뒤 곧이어 오후 3시 참모진 사의 표명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하루 3차례 인사 관련 발표를 한 것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여권 관계자는 “해가 바뀌기 전 논란들을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대통령의 위기감과 인적쇄신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 실장은 지난해 1월 9일 취임 후 약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노 실장은 8월 청와대 다주택 참모진 논란 당시 서울 강남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시 아파트를 매각해 ‘똘똘한 한 채’ 논란이 일자 사의를 밝혔지만 당시 문 대통령은 “매일매일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달라”며 유임시켰다. 특히 노 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산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도 ‘책임론’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6월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상조 정책실장도 청와대를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놓고 여당과 충돌했던 김 실장은 최근 부동산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늑장 대응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정치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