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대주택 방문쇼에 4억5000만원 써…주민 밤잠 설쳐”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2월 16일 15시 19분


“인테리어 비용만 4290만원”
“단장한다고 새벽에 드릴질…주민 잠깨워”
“주민들, 벽면 곰팡이, 누수 등 부실 공사 호소”
LH “실제 든 비용은 그보다 낮아”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11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임대주택 방문 행사’를 위해 인테리어 비용만 4290만원이 쓰이는 등 총 4억5000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관리공사(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을 연출하기 위해 ▲인테리어 등 보수비용 4290만원 ▲행사진행을 위한 예산 4억1000만원을 소비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방문한 주택은 주민들이 사는 집 형편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이벤트였다”며 “해당 집들은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임대주택의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고 입주민들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소개된 주택들은 보증금 약 6000만원에 월 임대료 19~23만원 가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행사 준비를 위해 두 채의 주택에 커튼, 소품 등 가구 구입용 예산 650만원, 인테리어 공사 비용 등 총 4290만원의 비용을 들여 긴급 수리를 했다는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8월 완공이 된 후 거의 매달 한 번씩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벽면 곰팡이, 누수 등으로 도저히 입주할 수 없는 부실 시공을 놓고 LH와 시공사의 책임 미루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대통령 방문 주택만 맞춤형 인테리어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김 의원실은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 방문 행사를 위해 새벽까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밤잠을 설쳤다는 항의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주민은 “이것 때문에 말이 많았다. 대통령 보여줄 쇼룸 만든다고 새벽에도 드릴질 해서 218동 사람들 다 깨웠다. 입주민들에게 양해도 안 구하고 입구 다 막아서 내려가는 분들 못나가고 그랬다. 대통령이 오면 뭐하나 당장 여기 사시는분들 하자도 제대로 처리 안됐는데”라고 토로했다.

해당 임대주택 단지의 총 가구수는 1640세대로 이 중 25%인 410가구는 기준을 완화해가며 모집공고를 냈음에도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방문한 복층형의 경우 100가구 중 33가구가 공실이며, 이 단지의 전용 16㎡형은 450가구 중 210가구가 비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대통령 행사를 위해 서민들의 실상과는 동떨어진 환타지 연출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집이 없는 서민들을 두 번 농락하는 일이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은 도외시한 채, 대통령의 심기관리에만 몰두한 변창흠 후보자(LH사장)는 장관 후보자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LH “실제 정산 시 비용 줄어들 것”
이에 대해 LH 측은 김 의원이 언급한 비용은 발주 기준으로 실제 정산 시 비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테리어 비용(약 4000여만원) 외에도 ‘공공임대주택 설계공모대전 당선작 모형 제작’, ‘공공임대주택 홍보 영상 제작’ 등에 사용된 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LH는 문 대통령이 행사 중 방문한 세대는 입주 예정자 편의와 소개 등을 위한 본보기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별도로 구조의 변경은 없었고 설치된 가구나 집기류 등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임시 대여한 것이라고 했다.

하자 부분에 대해선 전문보수 인력과 하자전담 매니저를 통해 입주 전 처리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지난 8월25일 입주 이후에는 하자접수 전담팀과 전문 보수 인력이 단지에 지속 상주해 입주 중 추가 불편사항에 대해 처리했다고 부연했다.

LH 관계자는 “전체 입주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관리에 노력했으나 입주시점 전후로 장기간 기록적인 우기와 함께 미계약세대 또한 발생해 전체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따랐던 부분도 있었다”며 “향후에도 입주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LH가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준공을 기념해 건설한 경기 화성동탄 행복주택단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44㎡(13평)짜리 주택을 둘러보며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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