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언급없이 ‘평화’만 강조한 文대통령…김정은 사과에 수위 조절됐나

박효목 기자 입력 2020-09-25 17:19수정 2020-09-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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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 이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제72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의 우리 국민 총살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단호한 대응’만을 거론한 것이다. 야권에서는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 이천시 특수전사령부(특전사)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우리 자신의 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방부가 북한의 만행을 공식 발표한 다음날 열린 행사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 없이 또 다시 평화를 강조한 것. 이날 15분가량의 기념사에서 ‘북한 도발 만행 규탄’ 등과 같은 단어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평화’는 6번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고려해 기념사 원고를 이날 오전까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을 향해 우회적 경고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문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현했다”며 “이날 행사는 군 장병을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행사 전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로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도 문 대통령이 연설 수위를 조절한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문 대통령은 대부분의 연설 내용을 그동안 강조해 온 국방개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 등으로 채웠다. 문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 태세를 지키는 데에는 전후방이 따로 없다”며 코로나19 방역과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선 군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미래 국군의 강력한 힘은 우리 과학기술의 역량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 장병들의 눈높이에 맞게 복무여건과 시설, 인권문제를 포함하여 병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계속해 나가겠다. 깨지지 않을 신뢰로 여러분의 헌신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깨지지 않을 신뢰로 여러분의 헌신에 보답하겠다”고 말했을 때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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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대통령은 우리 국민 피살 사건을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유린당했는데 도대체 누가 종전을 선언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개전 책임도 북한이었고 종전과 평화체제를 막아온 것도 북한이었다. 이런 인식이니 북한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조롱당하고 국민이 모욕당하는 것”이라며 “일에는 순서가 있고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한편 국군의날 기념식이 특전사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전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특수전 장병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며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선배 전우로서 깊은 신뢰와 애정을 보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본 행사에 앞서 기존 의전 차량이 아닌 역대 대통령 최초로 국산 개발 전투차량인 전술지휘차량에 탑승해 무인전술차량, 차륜형장갑차, 전술드론 등 국산 첨단 장비와 함께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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