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고 끝 당색 결정했지만…“당원 이기려 해” 불만도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24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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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기본으로 파란색과 흰색 보조로 선정
기존 핑크 유지하자는 의견 받아들여지지 않아
"고집 피워 불만만 한 겹 더 쌓아" 지적 목소리도

국민의힘이 24일 당색을 최종 확정하고 새로운 로고까지 공개했다. 다만 결정까지 여러 번 시일을 연기했음에도, 의견 수렴 과정에서 불만의 목소리들을 충분히 잠재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빨간색, 파란색, 흰색의 당색 중 중심색인 빨간색으로 디자인된 PI(Party Identity·정당 이미지)를 이날 공개했다.

국민의힘 측은 로고를 공개하며 “새로운 로고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담은 한글을 모티브로 했다. ‘국민’이라는 단어의 ‘ㄱ’과 ‘ㅁ’을 조합한 평면 사각형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해 국민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색상은 빨간색을 기본으로 하며, 파란색과 흰색을 보조로 사용하는 것으로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구도에서 과감히 탈피해 국민을 통합하는 포용력 있는 정당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우리 당의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당초 사용하기로 했던 빨강과 노랑, 파랑의 삼원색에서 노란색이 빠지고 흰색이 들어간 결과다.

현역 의원들이 노란색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고, 이전에 보수정당이 사용해 본 바 있는 빨강이나 파랑과 달리 생소한 색이었던 점이 감점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노란색보다는 흰색을 넣는 의견에 더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색 결정과 관련해 “국민들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세 가지로 쓴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프랑스 국기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대해 “프랑스 국기를 택한 게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굉장히 다양화되고 심화되고 있다”며 “20대도 다 똑같지 않고 30대도 그렇다. 그런 다양성을 담은 거지 다른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의 핑크색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다수 나왔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핑크를 당색으로 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주장이 있었으나, 비대위 차원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답습할 수 있다며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적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의 중진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당색 변경 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인 끝에 기어코 뜻을 관철시켰다”며 “왠지 모르게 마음에 생채기가 난 것 같다. 당색 하나 의원들 다수 의견에 따라 주지 못하나”라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당의 상징색을 바꾸는 문제는 오손도손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면 될 문제였다”며 “당색 변경을 관철하지 못하면 지도부의 권위에 상처가 난다고 생각했다면 속좁은 꼰대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화 강박증에 사로잡혀 고집을 피운 거라면 의원들의 불만만 한겹 더 쌓아 놓았을 뿐”이라며 “비대위는 소탐대실(小貪大失) 했다. 국민을 이기려 드는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면서 정작 김 위원장은 당원들을 이기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명 이후 이어진 이번 당색 결정 등으로 차후 당 내 민주주의에 대해 지속적인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 당색이 이렇게 오래 끌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걸렸다는 건 내부에 잠재된 불만들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정경제 3법 찬성 등 차후 김 위원장의 행보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들이 계속 나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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