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 쏜 ‘24세 사이다’…“秋아들, 법보다 국민 눈높이로 봐라”

뉴스1 입력 2020-09-17 07:40수정 2020-09-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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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9.11/뉴스1 © News1
공정(公正). 요즘 청년들이 판단하는데 있어 매우 큰 잣대로 치는, 말하자면 가중을 두고 있는 가치다. 정치라는 것이 가치를 각 구성원들의 이해에 맞게 배분하는 활동이라고 할 때, 그렇다면 우리 사회 청년들에게 공정이란 가치는 어떻게, 얼마나 잘 배분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의 입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청년들의 생각을 중앙 정치에서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 본인도 청년인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본 이유다. 그는 이낙연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25세(만 24세) 청년이다.

그는 단단했다. 어떤 기회를 누리게 되었을 때 부러 치는 방어막 같은 단단함은 아니었다. 자신이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에서 나오는 옹골참 같은 것이었다. 부풀린 자신감 혹은 사명감이 가져올 수 있는 공격적 단단함 또한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궁금해졌다. 이이가 이 자리에서 해내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을 포함한 청년들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그리고 어떤 꿈을 꾸는지.

자신도 한 발 내디딘 기성 정치권에 대한 평가는 단호했다. 우리 정치권의 청년 감수성에 몇 점을 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여야를 떠나 낙제점”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20대 청년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평가에 대해서도 그랬다. “보수화됐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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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깜짝 발탁해 민주당이 청년들로부터 점수를 챙기고자 하는 건 아닐까란 질문에는 “소비되고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소통할 것”이란 모범답안(?)을 내놨는데 그 속의 능동성이 꽤 진실되게 느껴졌다. 그가 앞으로의 삶의 단계마다에서도 이런 단단한 의지를 계속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은 박성민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후보 토론회서 처음 본 이낙연…“직접 지명 전화 받고 3초 정적”

-이낙연 대표와 인연이 있었나.

▶ 전혀 없었다. 당에서 청년 대변인을 지내던 중 당 대표 선거 기간 후보 토론회를 할 때 사회를 봤고 그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또 내가 얼마 전까지 당 선거관리위원회 소속이었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기 위해 어느 캠프에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고.

-최고위원 지명될 걸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얘기인데.

▶ 그렇다. 전당대회가 다 끝나 대표가 선출되었고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밤이었는데 이낙연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았더니 대표께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명하려고 한다”고 하셔서 3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이게 뭐지?”란 붕 뜬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제안하신다고 해도 청년 대변인 유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놀랐지만 바로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씀드렸다. 전화를 받고 그 주말 동안 가족에게도 말을 안 하고 기다렸다. 다음 주 월요일 공식 인선 브리핑이 있었고 그때 부모님께도 알려드렸다(참고: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31일 박홍배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과 함께 대학생인 박성민 청년대변인을 최고위원에 지명했다).

-오늘(11일)도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왔는데 어땠나.

▶ 여러가지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대응 기조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각자가 파악한 사실관계들도 공유하고 그랬다. 당의 의사결정을 하고 방향성을 끌어가는 자리이다 보니까 당의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국민들께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적합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굉장히 치열한 분위기였다. 비공개회의였기도 하지만 다들 가감없이 말씀들을 하는 스타일이시다. 조용히 경청하다가도 탁 치고 나가야 할 땐 거침없이 나가는. 그러다 보니까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논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게 좋은 것’는게 아니라 ‘이건 우리가 꼭 매듭을 지어야겠다’ 이런 논의?

-추미애 법무장관과 관련한 얘기도 있었을 텐데.

▶ 사실 의혹이 무차별적으로 제기되는 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들의 입장에서 이 사태에 대한 첫인상은 굉장히 불편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선 이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더 신속하고 확실하게 사실관계를 밝혀드려야 한다는 의무감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찾아내야 할 진실이 있고 밝혀드려야 할 진실이 또 있다. 당이 청년의 시각을 놓치는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를 논의하는 과정 속에서 열심히 보고 있다. 또 발언을 할 건 하고.

◇청년층 ‘공정’ 가치에 예민…노력으로 될 수 없는 ‘금수저’에 박탈감

-우리 시대 청년이 갖고 있는 공정이라는 가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여 ‘너는 더 가지면 안 되고 나는 더 가져야 한다’는 이기심은 없을까.

▶ 그건 공정의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제가 생각하기엔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부정적으로) 받게 되는 것에 대한 분노가 큰 것 같다. 예를 들어 그것이 부모일 수도 있고 아니면 부모가 가진 재산, 본인이나 부모의 인맥 등을 통해 받게 되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은 우리가 노력하는 범위 밖에 있지 않나. 물론 세상이 노력만으로 되진 않지만 누구나 노력했을 때 그래도 어느정도 결과가 돌아오는 사회였으면 하는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을 하고 뛰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부모님의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일을 보면 확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번 건(추미애 장관 사태)도 그렇다고 생각하나.

▶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고 여러가지가 얽혀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청년들이 봤을 때 불편한 상황인 것 맞다는 입장에 대해선 변함없다.

-당 차원에선 어떻게 보고 있나.

▶ 고민을 한다. 청년뿐 아니라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도 정서적으로 반감이 있는 상황인데 이걸 계속 고려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정치가 놓쳐선 안 되는 것이 국민의 시각이다. 위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사법적인 것들도 중요하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민의 눈높이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그 눈높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논의를 많이 같이 나누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박 최고위원도 지명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렇다. 그리고 확실히 청년의 이슈라든지 청년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간접적으로는 전달이 되어도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통로가 아직 중앙(정치)에는 많이 마련돼 있지가 않다. 저같은 청년 당사자가 직접 의견 개진을 하는 게 그래서 도움이 된다.

-사명감이 깊다.

▶ 해야하는 역할이다. 제가 어리다고 해서 (당에서) 차별하는 건 전혀 없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런 걸 구애받으면서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청년이나 여성 문제에 있어선 항상 ‘중요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라는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전달해야 하는지, 어떻게 지혜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예를 들자면?

▶ 최근에 이 대표와 면담을 하면서 성범죄가 진화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사실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까닭에) 국회의원들이 성범죄에 대해서도 단순하게 뭉뚱그려 생각하고 있지 디테일한 부분은 놓치기가 쉽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지인능욕범죄라든지 이런 부분. 저는 그런 걸 사실적으로 전달을 해드리려고 한다. 언어적 감수성에 있어서도 제가 많이 말씀드린다. 요즘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다, 상대의 겉모습을 평가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 같은 부분.

◇국회 4050 중년층 의원들 눈높이서 바라보는 청년정책 한계

- 정치권에서 청년에 대해 가장 못 하고 있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 청년 당사자가 거의 없고 있는 분들이 사실 4050 중장년층이다 보니 이들의 눈높이에서 청년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의 관점과 감수성이 부족하다. 청년들이 당에 들어왔다가도 계속 나간다.

- 우리 정치권의 청년 감수성엔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 굉장히 낮은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의 청년 감수성은 낙제점이다. 교감을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 노력이 한시적이다. 그 노력은 선거 직전에 전략적인 관점에서만 나오는 것 같다. 진정으로 청년과의 소통의 폭을 넓혀야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청년 대변인이 되기 위한 면접에서도 “청년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고도 했었다. 만나서 얘기해보면 다른 청년들의 경우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민주당의 경우 청년 감수성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미흡한 수준이다.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가치관을 가진 청년들을 단편적으로 파악하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쉽다. 청년 정책은 청년들의 삶이 다양한 만큼 섬세해야 하고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금 지원이나 인턴, 취업과 창업 지원이 정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더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고 담아낼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걸 박 최고위원 등이 나서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 시간은 많이 필요하다. 저는 많은 아쉬움과 불편함을 개선하고 싶은데 최근엔 이런 마음을 먹었다. 목표와 우선 순위를 정하려 한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청년들, 청년당원들과 소통을 하려고 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고 가장 시급하다고 하는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소통에 메말라 하고 중앙당 차원의 변화를 원하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듣고 이후 프로젝트를 만들든 특위를 구성하든 아니면 실무를 하는 국과 소통을 해서 추진을 하든지 하려고 한다.

-이낙연 대표의 청년 감수성은 어떤가?

▶ 이 대표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청년들의 말과 의견을 경청한다. 그건 굉장히 높은 수준인 것 같다. 실제로 청년들과 면담을 하고 나면 그 내용이 연설문에 담긴다든지, 아니면 청년들이 건의했던 사안이 공약으로 나온다든지 하는 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 제가 얘기를 드려도 “그럼 박 최고(위원)의 의견대로 진행을 해보도록 하자” 이런 식으로 답을 주시기도 한다. 그리고 청년 대변인일 때엔 의견 개진을 직접적으로 못 했지만 지금은 직접 소통할 자리가 되었기 때문에 더 편하게 의견을 드리곤 한다.

◇‘20대 남성 보수화’ 동의 못해…정당 지지 아닌 사안별 판단하는 세대

-실제 20대 청년, 특히 20대 남성이 보수화됐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

▶ 꼭 그렇지 않다. 20대는 보수화됐다기보단 합리성과 객관성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쉽게 말해 어느 편에 꼭 소속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소속감보다 내 삶에 중요한 가치들을 사안마다 판단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당을 보고 싫어하고 그렇다기보단 이 당이 사안마다 어떤 대처를 하느냐, 장기적으로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가를 보고 판단한다. 굳이 “난 진보라 싫어”라는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진 않다. 기존 정치권에선 “청년들은 공정에 대해서도 사실 잘 몰라” 이런 시각도 있고. 그래서 더욱 당, 정치권과 청년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이 안 되면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왜 20대가 지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보다는 ‘민주당과 청년들이 어느 정도로 교감을 하고 있느냐’ ‘우리 정당의 눈높이과 청년의 눈높이가 일치하느냐’에 대한 부분들을 점검할 때다. 지지율 이런 것들을 보면서 20대가 보수화됐다라거나 하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박 최고위원에게 있어 정치는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정치를 떠나서라도.

▶ 저에게 있어 정치란 시민으로서 최대한의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자 목적 같다. 최대한의 능동성을 발휘한다는 건 방관자로 살지 않고 직접 참여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나라로 만드는 공적 행위를 의미한다.

당에 있어서 저는 건강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청년들의 다양성을 놓치지 않도록, 젠더 문제에 있어 미흡하거나 둔감하지 않도록 당내에서 때로는 ‘레드팀’(조직 등에 있어 약점을 공격해 개선 방안을 찾아내는 역할을 부여받은 팀)으로 존재하면서 당이 더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아플 때 주사를 맞긴 싫지만 주사를 맞을 땐 아파도 더 빨리 낫는 것처럼 그런 존재이면 좋겠다.

최고위원을 그만두게 되면 당연히 남은 대학 생활로 돌아가 못 했던 일들도 많이 해보려고 한다. 구체적인 큰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있지만 당에 있든지 아니든지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해 보고 싶다. 대학 휴학을 하고 멕시코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1년간 봉사하면서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웠던 것도 있고 정치에 참여하고부터는 현장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기견센터나 보육원을 가서 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짜 어려움을 알기 위해 플랫폼 노동자가 되어볼 수도 있다. 현실과 현장에서 떨어지면 귀족정치랄까 그런 괴리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팽목항부터 시작해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재해피해지역, 전쟁 철거지 등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을 대상으로 관광을 하는 것)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저도 당에 들어오기 전 시민단체들로부터 도움을 얻었던 것처럼 시민 차원에서 다양한 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제3지대를 만들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청년’이란 이름으로 잠깐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 소비만 되고 말 수 있다는 위험성은 늘 견지하려고 한다. 기성 정치인과 똑같은 얘기를 하다가 소비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험성을 항상 검열을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더 청년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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