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낙연 보게 될 것”… 취임하자마자 당직 인선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1일 03시 00분


비서실장 오영훈-黨대변인 최인호… 정무실장엔 靑출신 86그룹 김영배
‘대선 레이스 염두에 둔 인사’ 관측, 당정청회의 靑 제안 등 보폭 넓혀
대선 위한 가시적인 성과 도출후, 내년 3월초 대표직 내려놓을듯

당대표 수락 연설도 온라인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당선된 뒤 영상을 통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당대표 수락 연설도 온라인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당선된 뒤 영상을 통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의 새 수장이 된 이낙연 대표가 취임 다음 날부터 당직 인선에 착수하고 당정청 회의를 소집하는 등 속도전에 돌입했다. 대표 임기는 2년이지만 이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다음 대선일 1년 전인 내년 3월 9일까지 당 대표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장 192일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확실한 추진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계획이다.

○ ‘엄중 이낙연’에서 ‘새로운 이낙연’으로 전환 나서

“총리는 (정부의) 2인자이지만 당 대표는 1인자다. 당 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에 이같이 강조했다. 역대 최장수 총리로 일하며 신중한 언행이 트레이드마크였지만, 176석 슈퍼 여당의 수장으로서 ‘엄중 이낙연’에서 ‘새로운 이낙연’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30일 곧바로 1차 당직 인선에 나섰다. 대표 비서실장에는 오영훈 의원을, 정무실장에 김영배 의원을, 당 수석대변인에 최인호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여기에 사무총장에 박광온 의원, 정책위의장에 한정애 의원 인선을 고려하고 있다. 전임자인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당직 인선에 한 달 넘게 걸렸지만 이 대표는 6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바탕으로 핵심 인선부터 신속히 갖추겠다는 것이다.

31일 낮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밀접접촉에 따른 자가 격리가 끝나는 이 대표는 다음 달 1, 2일경 당정청 회의를 열자는 뜻도 청와대와 총리실에 전달했다. 이 대표는 30일 새 지도부 첫 화상 간담회에서 “민생 지원에 대해서는 추석 이전에 실행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당정청 회의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다”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확대 개편 준비도 시작하겠다”고 했다.

○ ‘위기 극복’을 정치 브랜드로 연결 시도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진짜 목표는 ‘당 대표 이후’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수습 등을 통해 총리 시절부터 이어진 ‘재난 및 위기 극복’을 자신의 확실한 브랜드로 구축해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내년 3월 9일에 대선에 생각이 있으면 누구든지 그만둬야 한다. (나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차기 대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29일 수락연설에서 △코로나19 전쟁 승리 △국민의 삶 지키기 △코로나19 이후 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의 가속화 등을 ‘5대 명령’으로 제시하며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넣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분의 삶은 더 고달파질 것”이라고 말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외환위기로) 고통을 요구받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는 말도 나온다.

○ 대표 비서실 인선으로 ‘대선 포석’

이런 이 대표의 의중은 첫 당직 인선에서도 드러났다. 통상 원외(院外) 인사가 맡았던 대표 정무실장에 대통령민정비서관 출신인 김 의원을 임명한 것은 청와대,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과의 관계 설정을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부산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최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한 것도 외연 확대를 통한 세력 구축의 일환이다. 여권 관계자는 “메시지실장에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발탁한 것은 추후 대선 경선 레이스까지 염두에 둔 인사”라고 말했다.

자연히 차기 대선 주자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차 재난지원금 문제를 두고 이 대표는 “더 약하신 분, 더 어려운 분들께 두텁게 드리는 게 취지에 맞다”며 선별 지급 방침을 강조했지만, 이 지사는 “전 국민 30만 원 지급”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두 사람의 경쟁에 대해 “지금은 국난 극복에 집중할 때다. 그 이외의 것은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낙연#더불어민주당#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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