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당청 4개월 오만에 경고… 이해찬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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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45%’ 여론에 與 패닉

심각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동반 하락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심각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동반 하락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앞으로도 지난 4개월처럼 행동한다면 미래가 없다는 뜻 아니겠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4·15총선 압승을 발판으로 여권이 거침없는 독주를 이어가고 있지만, 민심은 청와대와 민주당에 확실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다만 당청 내부에서는 부동산 정책 혼선을 부추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교체 등 추가적인 쇄신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차기 대선에서 야당 승리 가능성에 민주당 패닉
민주당이 이날 조사 결과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2022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 당선’이라는 응답이 45%로 ‘정권 유지를 위한 여당 후보 당선’(41%)보다 더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아직 야권은 변변한 대선 주자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뛰고 있는 여권의 차기 대선 승리 가능성이 오차범위 내이지만 뒤처진 것. 이는 4·15총선 전 실시한 같은 기관의 조사 결과와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총선 이틀 전 실시된 조사에서는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이라는 응답이 49%,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이라는 응답이 39%였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이후 넉 달 동안 보여준 오만한 모습에 민심이 급속도로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양상은 중도 진영의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4·15총선 직후 여권의 상승세가 절정이었던 5월 1주 차 갤럽 조사 결과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민주당 지지가 44%, 통합당 지지가 11%였다.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 중도 진영은 민주당 지지가 31%, 통합당 지지가 24%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정치적 고비였던 지난해 10월 3주 차 ‘조국 사태’ 당시와 같다.

일각에선 핵심 지지층의 추이만 놓고 보면 ‘조국 사태’ 당시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3주 차 갤럽 조사에서 진보 진영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68%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63%였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3040세대의 이탈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10월 3주 차 당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대에서 46%, 40대에서 55%였다.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는 30대 43%, 40대 47%로 모두 낮아졌다. 한 여당 인사는 “3040세대는 부동산 대책에 가장 민감한 계층”이라고 말했다.

○ 당장 내년 재·보선부터 빨간불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여권 내에서는 “향후 선거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걸린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이날 조사 결과 서울 지역의 지지율은 민주당 29%, 통합당 25%였다. 5월 1주 차 조사에서 서울 지역 지지율은 민주당(47%)이 통합당(15%)을 크게 앞섰지만, 3개월여 만에 차이가 4%포인트로 좁혀진 것. 부산·울산·경남 지역 역시 5월 1주 차 조사에서는 민주당(33%)이 통합당(24%)보다 높았지만 이날 조사에서는 통합당(33%)이 민주당(31%)을 앞섰다.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공개적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당 지도부는 “지지율은 들락날락하는 것”(설훈 최고위원), “지지율은 다시 올라간다”(박광온 최고위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심기일전해서 당면한 수해 복구와 코로나 방역, 주거정의 실현을 포함한 경제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뚜벅뚜벅 국정 현안을 챙겨 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이러다가 총선 승리 뒤 내리막을 걸었던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최혜령 기자
#더불어민주당#여론조사#지지율#이해찬#문재인 대통령#부동산 정책#4·15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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