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과 표정으로…김정은의 사진 정치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29일 08시 05분


코멘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 등을 토의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 등을 토의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매체가 ‘1호(최고지도자)’의 모습을 보도할 때는 철저한 검열과 계획 하에 기사가 작성된다고 한다. 관영 매체에 보도되는 사진 속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표정과 손짓 하나도 모두 철저한 검토를 거친 것이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물론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도 모두 똑같은 기준으로 보도물을 제작한다. TV의 경우 영상이 나오긴 하지만 이 영상 역시 상당한 수준의 편집을 거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2일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김 위원장이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이 수많은 군 간부들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북한에서는 이를 ‘교시’라 한다. 최고지도자가 설명하고 지시한 내용은 철저한 관철의 대상이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군 간부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수첩에 김 위원장의 말을 받아 적는 것을 보면 교시의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확대회의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보낼 것으로 예상됐던 ‘크리스마스 선물’ 국면 불과 이틀 전에 열렸다. 북미 협상과 관련해 수차례 천명한 ‘새로운 길’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앞서 열린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내외신 언론들이 긴장감 속에서 이번 확대회의 소식을 접해야 했다.

김 위원장의 모습도 그랬다. 북한 매체들은 그가 인상을 쓰거나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말하는 모습만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도 마찬가지로 편집된 영상을 내보냈다.

김 위원장 뒤에 있는 시계를 보니 그는 최소 세 시간 가까이 회의를 진행했다. 이따금 두 손을 위로 올리며 큰 동작을 취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회의장 전체에 내리깔린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그는 군사 도발일 것이라고 예상됐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인지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미 대화가 잘 풀려서인지, 북한의 ‘계산법’이 바뀌어서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과 관련된 다음번 보도에서 그의 표정이 궁금하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