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속에 집중…‘중대 국면’ 내부에 티 내지 않는 北 매체들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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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12.27.©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12.27.© News1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왔지만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차분하게 내부 결속에만 집중하고 있다.

노동당의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북한 내부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매체 중 하나로 당국의 공식 입장을 전달한다. 북한 주민들이 매일 정독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신문은 그러나 이달 들어 북미 대화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북한은 대외적으로만 표출하는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는 적극적으로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내 왔다. 담화, 대변인과의 문답 등 다양한 형식으로 대미 메시지를 냈다.

언론에 회자되는 ‘크리스마스 선물’ 등의 언급도 오로지 조선중앙통신에서만 언급된 내용이다. 지난 3일 외무성의 리태성 미국 담당 부상의 담화에서 나온 언급인데, 북한에서 잘 쓰지 않는 외래 표현인 ‘크리스마스’까지 나온 것은 이 메시지가 대외적으로 표출됐음을 방증한다.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또 다른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TV도 북미 대화와 관련한 소식에 침묵하긴 마찬가지다.

이는 공식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관련 소식을 한 달 가까이 전혀 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과 같다. 바꿔 말하면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주민들에게 관련 소식을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신문은 대신 연일 내부 결속을 위한 메시지를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신문은 최근 3주 간 매일 빠짐없이 백두산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학생과 당 선전일꾼 등이 백두산의 혁명전적지를 답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관련 소식은 하얀 눈이 쌓인 백두산을 답사행군대가 역동적으로 헤쳐 나가는 사진과 함께 보도되고 있다. 27일 자 신문도 1면에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일련의 백두산행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는 이달 초 북한에서 ‘백두 혈통’의 발원지이자 혁명의 성지로 추앙받는 백두산을 찾아 ‘백두산 대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백두산 대학은 실체가 있는 대학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백두산 일대의 혁명전적지를 답사하는 사상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시찰 이후 일련의 백두산행이 이어졌다. 또 노동신문은 연말을 맞아 농산, 수산 등 각 분야에서의 올 한 해 성과 결산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노동신문의 보도를 굳이 찾자면 반제국주의 계급교양 고취를 위해 각 지역의 계급교양관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계급교양관은 북한이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 차원에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만행을 기록·전시해 놓은 곳이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 매체들의 보도는 주민들로 하여금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며, 내부 결속을 통해 교착 장기화 시 이어질 경제적 어려움을 대비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분기점이 올해 나올 수도 있다. 북한은 북미 대화와 관련한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개최를 노동신문을 통해 예고한 바 있다.

당 전원회의는 지난 4일 자 보도를 통해 이달 하순에 열릴 것으로 예고됐다. 북한 주민들도 연말에 ‘당 중앙’에서 어떤 중요한 논의와 결정이 있을 것임을 보도를 통해 짐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올해가 불과 나흘 남은 이날까지도 전원회의 개최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회의를 열어도 이를 외부로 알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이 이달 초 전원회의를 예고한 것은 미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북미 대화의 ‘새로운 길’을 결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멈췄던 북미 접촉이 물밑에서라도 진행될 경우, 또 여기에서 미국이 어떤 의미 있는 제안을 했을 경우 일단 당 전원회의를 ‘로 키(low key)’로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군사행동을 포함해 미국에 뭔가 메시지를 보낼 것처럼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었는지도 외부로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도발적 행동을 일단 자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로선 확실하게 예측 가능한 북한의 동향은 내년 1월 1일 발표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북한이 연말까지 끝내 침묵을 지킨다면 현재의 모든 상황은 신년사를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선택할 ‘새로운 길’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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