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일본의 보복 조치,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5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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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는 10일 주요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조치가) 양국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것 보다 수위를 높인 것.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경한 어조로 일본의 보복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이 이번 갈등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번 갈등의 1차 분수령인 18일을 앞두고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어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 文 “정부 안이 유일 해법이라 한 바 없어”


문 대통령은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행 문제의 원만한 외교적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며 “우리 정부는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정부 방안은 지난달 20일 외교부가 밝힌 한일 기업의 출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이른바 ‘1+1’안을 의미한다. ‘1+1’안에 대해 일본 정부는 당일 거부 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함께 논의해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1+1’안만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제안을 계기로 외교적 해법을 양국이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이 직접 ‘1+1’안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1+1’안 외에 다른 해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본이) ‘1+1’안을 거부한다면 다른 대안을 무엇을 고려하는지 밝히고, 서로 접점을 찾아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거듭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한 것은 ‘보복 대 보복’이라는 극한 대결로 치닫는 상황은 양국에 모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한 답변 시한이 18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 18일까지 ‘중재위’ 놓고 고심 깊어지는 靑

여기에 문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을 촉구한 것은 일본의 화답 여부에 따라 18일 내놓을 답변을 결정짓겠다는 뜻도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성의 있는 대화에 나서면 중재위 등에 대한 논의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면 일본이 요구한 강제징용 중재위 구성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권 내에서는 이와 비슷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정부 내에서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재위 설치에 대해 찬반이 비등비등하다”며 “중재위를 구성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러 해가 걸리니까 그냥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4선 의원 출신으로 19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성곤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만약 우리가 이것(제3국 중재위 구성)마저 피할 경우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이 추가 제재를 피할 길이 없다”며 “지금 일본의 경제보복 ‘쓰나미’를 막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다음 정권까지 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중재위 구성 요구를 수용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다른 안건들로 중재위 구성 요구가 확산되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일본이 응하지 않을 경우 후속 조치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태의 장기화와 파국을 막기 위해 여러 안건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것 외에 아직 정해진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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